<니모를 찾아서>(2003)에서 말린과 니모가 재회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도리 덕이다. 이 무모하고 긍정적인 물고기 덕에 근심 많은 주인공이 바다를 가로지를 수 있었다. 속편의 주인공은 영화에 끊임없이 밝은 기운을 불어넣던 도리의 몫이 됐다. 정처 없이 바다를 떠돌던 도리의 숨겨진 가족사가 <도리를 찾아서>의 주된 소재다.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과 함께 도리의 어릴 적 모습도 함께 플래시백으로 그려진다. 배경이 되는 공간은 먼바다의 산호초, 바다생물연구소, 아쿠아리움으로 반경이 더 넓어졌다. 자연스레 도리를 돕는 해양생물 캐릭터들도 새로 꾸려졌다. 시력이 나빠서 자주 벽에 부딪히는 고래상어, 자신의 음파탐지 능력을 불신하는 벨루가 고래, 위장술에 능한 문어 등 해양동물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들의 개성은 한층 두터워졌다.
주체가 달라졌지만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별과 재회의 정서를 공유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장애가 있는 도리가 살아나갈 수 있도록 삶의 기본기를 정성 들여 가르치던 부모의 애정이 곧 가족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는 등 시리즈 특유의 뭉클한 정서는 여전하다. 덧붙여 <도리를 찾아서>에서는 도리가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도 함께 그려진다. 물의 투명도나 물살을 비롯해 해저를 표현하는 작화는 한층 세밀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