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노출에 대한 집착을 버리자!” 최근 열린 영화인회의 포럼에서 등급분류소위원회 위원 중 한 사람인 영화평론가 전찬일씨가 ‘등급위가 음모노출에 지나치게 경직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등급위가 음모노출을 허용하면 다른 심의기준들마저 모두 무너질 듯한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며 음모노출만 없으면 아무런 이의제기없이 등급을 받지만 1초라도 음모가 나오면 여지없이 등급보류판정을 내리는 등급위 관행을 비판했다. 실제로 <섹슈얼 이노센스> <로망스> <봉자> 등이 이런 문제로 심의에 어려움을 겪었고 <둘 하나 섹스> <돈오> 등이 등급보류판정을 받았다. 결국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지만 <공동경비구역 JSA>도 벌거벗은 시체의 음모노출 장면을 흐리게 처리해야 했으며 <박하사탕>은 물고문받는 남자의 음모부분을 가리느라 안개효과를 동원했다. 음란묘사와 거리가 먼 영화라도 음모를 보이는 부분이 있으면 안 된다는 이상한 원칙이 뿌리박힌 건 심의기준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실제로 심의기준엔 이런 원칙이 없다. 심의위원들의 강박관념이 낳은 산물인 셈인데 관행으로 굳어져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 전찬일씨의 주장은 그런 면에서 신선하다. 이날 포럼에서 사회를 본 영화인회의 심광현 정책실장은 전찬일씨의 말을 받아 음모노출을 자유화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논의의 배경에는 등급외전용관이 없어 등급위가 검열기구로 군림하는 현실이 놓여 있지만, 사소한 관행이나 원칙을 바꾸는 것도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는 문제이다.
남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