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화, 나의 영화제’라는 주제로 서울독립영화제가 시나리오 공모를 통해 제작지원을 결정한 작품들이다. 윤성호 감독은 특유의 재기를 조금 덜고 연애 초입에 들어선 연인의 엉뚱하고 저돌적인 모습을 담담히 그렸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소설 <뇌물>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구성은 러시아인형 마트료시카처럼 보이게 했다는 <뇌물>은 도발적인 내용과 형식의 실험이 돋보인다. <연애 다큐>는 일종의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2013), <거북이들>(2011) 등을 통해 연출, 각본, 연기를 두루 소화해온 구교환 감독과 <4학년 보경이>(2014), <라즈 온 에어>(2012) 등을 연출한 이옥섭 감독이 연애와 영화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담았다. 상큼한 <백역사>로 시작해 진한 <뇌물>의 맛과 <연애 다큐>라는 달콤 쌉싸래함까지 두루 음미해볼 수 있게 한 멜로물이다.
세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영화 <오늘영화>
글
정지혜(객원기자)
2015-08-19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인 <오늘영화>는 세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영화다. 첫 번째는 윤성호 감독의 <백역사>. 공장에서 일하는 종환(박종환)은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으로 만난 연주(정연주)가 일하는 중국집으로 무작정 찾아간다. 용케 데이트가 성사된 두 사람은 부랴부랴 영화관으로 향한다. 그사이 돈이 없는 종환은 짬짬이 일하는 실내 야구장에 들러 가불까지 청한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관 데이트는 시작됐지만 두 사람 다 영화에는 관심이 없다. 불꽃같은 키스 후 둘은 다음 코스를 향해 서둘러 영화관을 빠져나간다. 두 번째는 강경태 감독의 <뇌물>이다. 영화과 학생 대일(백수장)은 졸업작품을 준비 중이다. 촬영한 화면을 친구, 선배, 출연 배우에게 보여주지만 번번이 핀잔뿐이라 의기소침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는 계속해서 대일이 찍은 영화 속 영화로 이어진다. 무엇이 영화이고, 무엇이 진짜인지 알쏭달쏭하다. 세 번째 영화는 이옥섭, 구교환 감독의 <연애 다큐>다. 감독 지망생 교환(구교환)과 배우 지망생 하나(임성미)는 연인 사이다. 두 사람은 영화제 사전제작지원을 받기 위해 기획안을 제출하지만 합격 통보를 받기도 전에 그만 이별한다. 둘의 영화는, 관계는, 과연 어떻게 될까.
1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