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2월이 오면 베를린은 추락한 천사 대신 이미지로 비상을 꾀하는 사람들로 술렁인다. 유리로 전면을 지어 올린 영화제 주상영관 베를리날레 팔라스트는, 하늘색 하늘을 보기 힘든 스산한 날씨를 만회하려는 듯, 가능한 한 많은 양의 햇빛과 많은 스타를 품에 안겠다는 욕심으로 반짝거린다. 습한 냉기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씩씩한 베를린 시민들은 흠모하는 영화인들의 동선을 뒤쫓고, 세계 각지에서 영화를 찾아 나들이를 온 동료 영화 애호가들을 환대하느라 분주한 열이틀을 보냈다.
베를린 글 김혜리, 이혜정 기자
사진 이혜정 기자
◀케이트 윈슬럿과 제프리 러시비경쟁 특별상영작 <퀼스>의 두 주인공 케이트 윈슬럿과 제프리 러시는 서로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스스럼없이 과시했다.
◀모니카 벨루치 <말레나>소피아 로렌처럼, 지나 롤로브리지다처럼, 실바나 망가노처럼. <말레나>의 고혹적인 헤로인 모니카 벨루치는 과거 이탈리아 클래식 스타들을 거명하며 그들처럼 영원한 여성성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야심을 여왕 같은 목소리로 피력했다.
◀앤서니 홉킨스 <한니발> 배우“후루룩!” 그가 마이크 앞에서 입맛을 다시자 회견장에는 순간 섬뜩한 찰나의 정적이 흘렀다. 비경쟁 상영작 <한니발>의 기자회견장에 특유의 구부정한 자세로 등장한 ‘홉킨스 경’은 스크린에서 본 기억보다 훨씬 늙어 있었으나 여전히 무섭도록 강하고 여유로왔다.
◀줄리엣 비노쉬붉은 드레스에 감싸여 화사하게 등장한 <초콜렛>의 줄리엣 비노쉬는 초콜릿의 미덕에 대한 예찬으로 좌중을 미소짓게 했다.
◀커크 더글러스84년의 삶. 80편의 영화. 올해 베를린영화제가 오마주전을 기획한 평생공로상 수상자 커크 더글러스는 발작 이후 찾아온 언어장애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을 단번에 휘어잡았다.
◀숀 코너리<파인딩 포레스터>의 숀 코너리는 공연한 신인 배우 롭 브라운과 함께 나타나 후배 연기를 치켜세우느라 침이 말랐다.
◀마이클 윈터보텀<주드>에 이어 토머스 하디 원작에 기초한 두 번째 영화 <클레임>을 들고 베를린에 온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
◀쿠브릭 미망인폐막 전날 공개된 스탠리 쿠브릭에 대한 다큐멘타리 <영화 속의 삶> 기자회견장에는 미망인 크리스티아네가 나타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서점에서도 베를린영화제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 베를린영화제의 역사와 관련된 책부터 출품작 <클레임>의 원작인 토머스 하디의 <캐스터브릿지의 시장>까지 발빠른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끈다. ◀베를리날레 팔라스트 극장 로비에는 경쟁작 출품국가의 국기를 걸어놓는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출품으로 태극기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