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나 론돈 | 베네수엘라 | 2013년 | 93분 | 플래시 포워드 OCT10 롯데2 16:00
베네수엘라 빈민가에 사는 9살 소년 후니안은 지독한 곱슬머리를 갖고 있다. 곧 입학할 학교에 낼 증명사진만큼은 머리를 곧게 펴고 찍고 싶다. 가수가 꿈인 후니안은 멋진 무대의상을 입고 긴 머리를 휘날리는 사진도 찍고 싶지만 돈을 구할 방법이 없다. 남편 없이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엄마는 후니안의 고민에 귀기울여줄 여력이 없다. 경호원으로 일하던 엄마는 출산 후 아직 복직을 못하고 있다. 구직활동을 하기 위해 갓난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돈이 없어 그마저도 어려운 지경이다. 할 수 없이 엄마는 후니안의 할머니를 찾아가지만 아이를 돌봐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듣게 된다.
외모 때문에 괴로워하는 소년과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이야기인 <곱슬머리>는 뜻밖의 반짝이는 이미지들이 있어 풍성하고 아름답다. 빈민촌 아파트의 너저분한 외관을 마치 패치워크 담요처럼 카메라에 담고, 아이들의 소박한 장난감을 몽환적으로 포착한 화면 등이 그것이다. 궁핍한 현실이라도 아이들 눈에는 어른에게 보이지 않는 천진한 세계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들은 머리카락이 고민인데 정작 엄마는 아들의 성정체성이 걱정된다. 자신과 엄마의 고민을 모두 해결하기 위한 후니안의 선택이 깜찍하다.
TIP 남미의 암담한 현실과 아이들의 천진한 세계를 직조한다. 아이는 자라고 현실과 당면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