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대의 싱가포르인들에게 다큐멘터리 감독 탄핀핀의 영화는 역사책보다 더 소중한 자료가 될지도 모른다. 탄핀핀의 조국 싱가포르는 오랫동안 그녀를 사로잡아온 존재이자 영감의 대상이다. <싱가포르 가가>(2005), <보이지 않는 도시>(2007) 등 그녀의 전작을 통해 싱가포르의 계층, 언어, 공간, 사람들은 새로운 의미를 얻었다. 올해 부산에서 상영된 그녀의 신작 <싱가포르에게, 사랑을 담아> 역시 싱가포르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그녀는 싱가포르라는 매혹의 공간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는 걸까? “하하. 극영화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 그럼 나도 ‘네, 해야죠’라고 말한다. 그런데 어쩌나. 극영화를 연출할 기회가 와도, 싱가포르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되면 그게 나의 우선순위가 되어버린다. 내가 주제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주제가 나를 선택한다. 재밌는 일이지.”<싱가포르에게, 사랑을 담아>는 오래전 싱가포르에서 추방되어 타지에서 살아가는 망명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고국 땅을 밟을 수 없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영화도 그들의 공간에 머물며 싱가포르를 얘기한다. “정치적이기보다 시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탄핀핀 감독은 영화의 제목처럼 이 작품이 싱가포르에 바치는 연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망명자들이 고향을 생각하며 쓴 시와 음악, 고향에서 먹었던 음식과 과거의 사진을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이유도 그래서다. 외부자가 되었으나 완전한 타인이라 부를 수 없는 사람들의 눈에 비친 싱가포르의 모습을, 싱가포르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녀는 “언젠가 영화를 보게 될 젊은 싱가포르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궁금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