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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질문이 힘이다
사진 장훈우김소희(영화평론가) 2013-10-10

<논픽션 다이어리> 감독 정윤석

<논픽션 다이어리>는 지존파 사건을 중심으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88올림픽과 1998년 IMF 사이의 시간을 반추한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왜 사회는 구조적으로 후퇴하는가?”라는 지금의 고민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선악론으로 파악됐던 지존파 사건”을 통해 “시대의 풍경화를 그리”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정윤석 감독은 현대미술을 전공한 사람답게 “이 작품은 진주를 한 움큼 집어 던진 뒤 진주가 흩뿌려진 모양에서 그 의미를 찾는 미술의 방법론에 뼈대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존파가 검거된 1994년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해이기도 하다. 1995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고 지존파는 사형 당했다. 그리고 그들이 사형 당한 날은 노태우, 전두환이 구속된 날이기도 하다. 뭐랄까, 이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직감했던 거다.”

한편, 지존파를 검거한 형사이자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날 그 옆에 있었던 고병천씨는 이 작품에서 ‘살아있는 연결고리’가 되어줬다. “철학에 가까운 개념미술의 언어보다 다큐멘터리의 살아있는 언어”에 끌린 정 감독은 비판보다는 질문을 작품의 동력으로 삼는다. “내 작품이 사회비판처럼 보이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다만 나는 거울효과가 일어나길 바랐다. 삼풍백화점 붕괴와 지존파 사건, 1990년대와 지금을 마주보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거울효과를 위해서 정윤석 감독은 영화 속에서 인터뷰이들에게 돌직구를 던진다. “물론 용기가 필요한 일이긴 했다. 그런데 사회가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질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질문의 힘으로 영화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니까.” 질문이 바로 그 낙관의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