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테이크로 영화 한 편을 완성하는 ‘원 테이크 시네마’는 하나의 형식이나 개념으로 전체를 표상할 수 있는 시네마의 특권적인 능력을 보여준다. 원 테이크 시네마의 기원으로 알려진 영화는 히치콕의 <로프>(1948)다. 매거진 하나에 1000피트 이상을 소화할 수 없었던 35밀리 영화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11개의 릴로 속임수 촬영을 했던 <로프>에 비해 디지털 제작이 상용화된 요즘엔 다양한 용례들이 발견된다. 마이크 피기스의 화면 분할 시네마 <타임 코드>(2000),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러시아 방주>(2002), 구스타보 헤르난데즈의 <사일런트 하우스>(2010) 등이 원 테이크 시네마의 계보를 이루는 영화들이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는 <아나 아라비아> <생선과 고양이> <늙은 여인의 이야기>까지 3편의 원 테이크 시네마가 선보인다. 원 테이크라는 공통분모를 빼면 이들의 미학적 태도는 완연히 다르다. 아모스 기타이의 <아나 아라비아>의 원 테이크 전략은 테마와 조응한다. 이스라엘의 한 마을을 취재하러 온 여성 리포터의 발길을 따라가는 영화는 이스라엘인과 아랍인이 한 둥지를 이룬 기이한 마을을 실시간으로 담는다. 여기서 원 테이크는 시간의 지속을 보증하는 테크닉이라기보다 사람들 사이의 경계를 없애는 공간적 기능을 22갖는다. 하나의 태피스트리로 이어진 카메라의 쉼 없는 운동은 집의 안과 바깥, 마당과 정원, 도로를 이동하면서 종교와 신념, 국적을 빌미로 금이 그어진 인간 사이의 장벽을 허문다.
샤흐람 모크리의 <생선과 고양이>에서 원 테이크는 순수한 형식 실험의 재료가 된다. 원 테이크 시네마의 특성상 리얼타임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을 활용하면서 이 영화는 야만적인 기운이 팽배한 한 마을의 악몽을 상연한다. 연날리기 캠프에 참가한 청년들과 버려진 식당의 수상한 요리사들이 얽히는 영화 안에서 카메라는 한 인물에게서 다음 인물에게로 릴레이를 하듯 이동하면서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시종일관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음악을 배경음으로 깐 이 영화에서 원 테이크는 물리적 시간의 지속이 만들어내는 긴장과 뫼비우스의 띠처럼 순환하는 시간을 개념화하는 형식이다. 이미 본 인물과 대사, 사건은 불현듯 다시 등장하여 시간과 인과의 고리를 혼란에 빠트린다.
알렉산더 고를로프의 <늙은 여인의 이야기>의 원 테이크는 감정을 지속하기 위한 장치이다. 가족들로부터 버려져 병원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온 노인 안나,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급작스런 환대의 이유가 이야기의 요체이다. 카메라는 지속적으로 방향을 틀거나 스테디캠으로 인물을 쫓으면서 안나의 반응을 통해 그녀의 내면을 관찰하도록 만든다. 고를로프는 원 테이크로 감정의 절단 없이 휠체어에 고정된 채 눈을 움직이거나 얼굴에 미세한 떨림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안나의 불안한 심리를 적절히 표현한다. 상당한 예술적 야심을 내장한 이 3편의 영화를 통해 무모해 보이지만 디지털 시대의 미학적 화두가 되어가고 있는 원 테이크 시네마의 다양한 표현형을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