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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만난 나의 영화] 그떈 몰랐던 고양이의 매력
이주현 2013-10-09

이누도 잇신 감독의 <구구는 고양이다>

최근 ‘피’를 보는 사건을 경험했다. 팔목에 두 줄 상처가 꽤 길쭉하게 생겼는데, 범인은 다름 아닌 고양이!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동물에 무관심한 사람이었다. 동물 사진을 보며 ‘귀여워’를 연발하는 사람들을 대체로 이해하지 못했고, 동물을 키우고 싶은 마음 같은 건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런데 한 달 전, 고양이를 키우는 남자친구를 만났다. 어느 날엔가 나는 고양이의 배를 쓰다듬으면서 고양이에게 말을 걸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이 이렇게 변하는구나 싶었다.

고양이에 관한 개인적 얘기를 꺼낸 건, 부산에서 만난 고양이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 싶어서다. 2008년 부산영화제 때였다. <구구는 고양이다>에서 만화가 아사코(고이즈미 교코)의 어시스턴트 나오미를 연기한 우에노 주리가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품에 안고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았다. 며칠 뒤, 우에노 주리와 고양이 커플을 코앞에서 보게 되었다. 예정에도 없던 우에노 주리 인터뷰에 투입된 것. 당시 객원기자 신분으로 데일리팀에서 일했는데, 처음으로 ‘해외스타’를 인터뷰하게 된 상황에 엄청나게 긴장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쨌든 <구구는 고양이다>를 온전히 본 건 영화제가 끝나고도 한참 뒤의 일이다. 영화는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답게 쓸쓸했지만 따뜻했다. 최근 다시 이 영화가 보고 싶다. 15년간 동고동락한 고양이와 이별한 아사코의 심정을 지금의 나는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엔 영화의 주배경인 키치조지의 이노카시라 공원에도 다녀왔다. 2008년에 봤다면 온전히 가슴으로 느끼지 못했을 영화를 지금은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