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하 카리미 | 쿠르드 | 2013년 | 74분 | 와이드 앵글 OCT09 CGV5 17:00
사담 후세인 정권의 안팔(전리품) 작전으로 1987년부터 89년까지 약 18만 명의 쿠르드족이 학살당했다. 특히 1988년 화학무기로 할라브자 마을의 5천 명이 떼죽음을 당한 사건은 그 잔혹함으로 악명을 떨쳤다. 이란계 쿠르드족인 타하 카리미 감독은 안팔 작전으로 희생당한 이들의 가족과 생존자들을 만나 흩어진 전쟁의 기억들을 차곡차곡 모은다. 희생자들의 이름과 얼굴은 남겨진 사진과 편지의 형태로 화면 위에 새겨지고, 지워진 흔적들은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피와 살을 얻는다. 이는 추상적인 비유가 아니라 직접적인 묘사다. <천 한 개의 사과>라는 제목처럼 생존자들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떠나보낸 이들에 대한 아픈 기억은 전달된 사과를 재료로 한 애도의 조형물로 탈바꿈한다. 이윽고 영화는 희생자들의 아픔과 남겨진 이들의 회한을 사과 위에 꽂아 모으고 완성된 조형물을 강물에 띄워 떠나보내는 의식으로 이어진다. 아픔과 분노는 있을지언정 증오로 곪진 않도록, 용서와 화해로 나아가기 위한 애도의 의식인 셈이다. 올해 5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타하 카리미 감독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TIP 아픈 기억을 회상하는 인터뷰와 전달된 사과를 꾸미는 화면이 겹쳐지면서 영화 자체가 독특한 행위예술처럼 변모한다. 떠나간 이들을 애도하는 현대판 굿과 진배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