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이다. 새로운 기술에 어울리는 이야기와의 결합을 기다린다.” 김지운 감독은 세계 최초로 스크린X 기술을 도입한 영화 <더 엑스>의 연출경험을 이렇게 정리했다. 스크린X는 상영관 3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280도의 시야각을 구현하는 신기술로, 입체감을 부각시키는 3D나 화면을 확장시킨 아이맥스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스펙터클을 구현한다. “처음엔 가로로 된 아이맥스 정도의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단순히 물리적으로 화면을 넓힌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연출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의 설명처럼 <더 엑스>는 스크린X로 시도 가능한 연출기법의 압축판 같은 영화다. 공간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것처럼 3면에 펼쳐졌다가 프레임 바깥으로 벗어난 인물이 옆으로 스쳐지나가더니 어느새 반대쪽에서 튀어나와 놀라게 한다. “스펙터클이 다가 아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나 <벤허> 같은 대작은 물론 공포영화의 쇼크와 서스펜스, 서정적인 드라마에도 어울린다. 우선적으로는 비주얼리스트들의 주목을 받겠지만 새로운 기술에 걸맞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스토리텔러들이 더욱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김지운 감독은 스크린X가 장편영화에 더 어울리는 포맷이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더 엑스>는 기술이 최대한 다양한 장르와 연출과 만날 수 있는 지점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쓴 거라 조금 산만한 부분도 있지만 장편이라면 훨씬 리드미컬하게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차기작은 이미 예정된 터라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빨리 스크린X를 도입한 장편을 찍어보고 싶다는 의욕도 보였다. 그의 믿음이 하루 빨리 우리의 즐거움으로 돌아오길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