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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CLASS]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서편제> 20 주년 기념

(왼쪽부터) 진행을 맡은 김홍준 교수, 배우 오정해,임권택 감독, 배우 김명곤, 가수 김수철

<서편제>의 주역들이 다시 만났다. 5일 영화의 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서편제> 개봉 20주년을 기념하는 임권택 감독 마스터클래스가 열렸다. <서편제>는 1993년 개봉 당시 흥행몰이를 거듭하며 사회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임권택 감독의 대표작 중 한 편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김홍준 교수의 진행으로 열린 이날 강연에는 임권택 감독을 비롯해 송화와 유봉 역을 각각 연기했던 배우 오정해, 김명곤 그리고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던 가수 김수철이 참석했다. 이들은 자신이 기억하는 영화 <서편제>에 관한 이야기를 차례로 들려주었다. 강연이 끝날 때쯤 오정해와 김명곤은 즉석에서 <진도 아리랑>을 관객들과 함께 부르는 훈훈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임권택 : 1990년대 초, 소설가 이청준 선생의 <서편제>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당시 판소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배우가 거의 없었어요.(오정해를 가리키며) 사실 송화 역에 오정해씨를 캐스팅할 계획은 없었어요. 그때는 영화배우가 아니었거든요. 비슷한 시기에 <태백산맥>(1994)도 준비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TV에서 오정해씨를 봤어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당시 주로 활동하던 여배우들은 서양인처럼 생겼고, 그렇게 생긴 여배우들이 캐스팅이 되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연출부를 시켜 오정해씨를 캐스팅하라고 시켰어요.

오정혜 : 영화를 다시 보니까 20년의 세월 차이가 크게 다가오네요. 그때 저는 못생긴 배우였어요. (웃음) 예뻐 보이려고 몸에 어찌나 힘을 줬던지 아직도 몸이 아프네요. 오늘 다시 보니까 오정해는 보이지 않고 <서편제>만 보였어요.특히, 송화가 빨간 옷을 입은 어린 딸을 앞세우고 길을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을 보니 가슴이 아팠어요. 캐스팅이 되고난 뒤 아무런 기대감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촬영했어요. 스탭 버스에 얹혀 살면서 영화가 잘 되든지, 말든지 걱정 없이 촬영했어요. 다시 떠올려보니 재미있던 기억이네요. 소리 를 하기 전에는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임권택 감독님께서 그 꿈을 이루게 해주셨어요. 20년 뒤에 만나서도 함께 출연한 배우들끼리 즐거울 수 있는 영화가 또 있을까요.<서편제> 앞에서 저는 언제나 신인입니다.

임권택 : (김명곤을 가리키며) <개벽>(1991) 때 전봉준 장군 역을 연기한 김명곤씨가 소리명창으로부터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이 사람에게 판소리와 관련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김명곤 : 감독님은 <개벽> 때 처음 만났습니다. 전봉준 장군이 칼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다른 가수가 미리 녹음한 노래에 맞춰 저는 춤만 추면서 찍었습니다. 촬영이 끝난 뒤 감독님을 찾아가 “저, 노래를 직접 부르면 안될까요?”라고 여쭤봤습니다. “어, 한번 해봅시다”라는 감독님의 허락이 떨어졌죠. 노래를 불렀는데 감독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며 다시 찍은 장면을 선택해주셨어요. 나중에 <서편제> 출연 제안을 받았습니다. 평소 꿈꾸던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 아무 것도 따지지 않고 출연했습니다. 사실 <서편제>가 그 정도로 흥행이 될지 여기 앉아있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당시 판소리는 흥행과 거리가 먼 소재였어요. 당시 감독님을 비롯해 배우, 스탭들은 판소리를 사랑하는 소박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찍었습니다. 순수했던 그때 열정이 화면 곳곳에 보이는 것 같아요.

임권택 : 김수철 음악감독은 키는 작지만 뛰어난 음악으로 <서편제>를 살려냈습니다.(웃음) 덕분에 판소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 시작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김수철 :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시대적 배경이 1960년대라 어려웠어요.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소리가 계속 나왔고. 그래서 소리가 다치지 않는 선에서 감정을 극대화시켜야겠다 싶었어요. 악기 선정도 어려웠어요. 어렵게 대금을 선택했어요. 당시 임권택 감독님과의 첫 작업이라 잘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떤 곡 작업보다 악상이 안 떠올랐어요. 곡을 들려드리기로 약속한 날을 코앞에 두고 20분 만에 써내려간 음악이 여러분과 오늘 함께 들은 <천년학>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