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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좀비는 절대 죽지 않는다

고전 장르영화와 3D의 만남, <조지 로메로의 새벽의 저주 3D>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조지 로메로의 <새벽의 저주>를 3D로, 그것도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다. 영화의 프로듀서이자 판권 소유자인 리처드 루빈스타인의 말에 의하면 조지 로메로의 개봉 버전에 어떤 것도 손대지 않을 것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을 3D로 컨버팅할 것이라 한다. 1978년의 첫 상영 이후 해외배급을 맡았던 다리오 아르젠토가 이 영화를 수차례 재편집을 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워낙 잔인한 장면과 논쟁적인 소재(이를테면 낙태)를 다루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개봉 버전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번 기회는 오리지널 버전의 영화를 최상의 화질로, 그리고 3D로 볼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 흥분하기 전에 한번 질문을 던져보자. 35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를 지금 3D로 보는 것에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관객들이 3D영화에서 기대하는 것 중 하나가 전경과 후경 사이에 만들어진 깊이감이라고 했을 때 좀비영화는 어쩌면 3D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장르 중 하나일지 모른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좀비 영화들의 클리셰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카메라를 향해 다가오는 좀비들이나 창문을 뚫고 나오는 손들, 그리고 아무 것도 없는 화면 앞으로 불쑥 등장하는 인물들. 이런 요소들은 3D만이 줄 수 있는 시각적 즐거움을 가장 자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장치들이다.

그리고 좀비영화의 이런 기본 문법을 만든 사람이 바로 조지 로메로였다. 특히 살아있는 시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새벽의 저주>는 3D영화의 유행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화면의 깊이를 사용한 연출과 이를 사용한 ‘깜짝 효과’가 많이 등장한다. 루빈스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새벽의 저주>는 다른 많은 영화들보다 3D에 적합한 영화였어요(3D-friendly). 왜냐하면 조지 로메로의 연출 스타일은 프레임을 넘어가는 게 아니라 프레임 내에서 해결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즉 개별화면 안에서 액션이 일어난다는 겁니다. 전경과 후경을 오가며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조지 로메로의 새벽의 저주 3D>는 좀비영화와 3D가 만났을 때의 시너지 효과를 확인시켜주는 영화이기도하지만 장르영화의 대가였던 조지 로메로의 연출 스타일을 가장 확실하게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좌우 공간을 과감하게 생략한 채 긴 통로만을 남겨두고 그 사이를 좀비가 걷게 하는 장면이나 카메라 바로 앞의 공간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스타일은 지금 보아도 파격적이며 마치 관객에게 싸움을 거는 듯한 짓궂음까지 느끼게 한다. 한국 업체인 디넥스트가 3D 컨버팅을 담당해 더욱 의미가 각별한 이번 영화는 루빈스타인의 말처럼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에 더 가깝게 다가간”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림과 동시에 갑자기 등장한 좀비가 카메라 뒤까지 손을 뻗을 때 3D 안경 너머로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