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코엔, 에단 코엔 | 미국, 프랑스 | 2013년 | 105분 | 월드 시네마 OCT6 CGV4 13:30 OCT8 M해운대 20:00 OCT8 M해운대TM 20:00
모두가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는 포크음악의 전성기였던 1960년대의 미국, 뉴욕 포크신에서 활동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의 이름은 르윈 데이비스(오스카 아이작). 어느 뮤지션이 그렇지 않겠냐만, 르윈에게도 자신이 활동하던 작은 카페를 벗어나 더 크고 화려한 무대에서 활동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러나 현실 속 그는 거처가 없어 이집 저집을 옮겨 다니며 잠을 청해야 하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불청객일 뿐이다. 운명이 기회를 열어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한번 운명을 바꿔보겠다고 르윈 데이비스는 생각했던 것 같다. 그는 기타 하나 달랑 멘 채 뉴욕을 떠나 시카고로 향한다.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주는 누군가가 그곳에 있길 기대하면서.
음악영화이자 주인공의 오디세이적인 여정이라는 점에서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는 구조적으로 코엔 형제의 전작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나, 정서상으로는 <바톤핑크>나 <시리어스 맨>에 가깝다. 이 영화에서 우리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불운한 사건들의 연쇄반응이 코엔 영화의 정조를 이루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운명의 구렁텅이에서 어떻게든 자신을 구제해보려 애쓰는 한 남자의 일주일을 조명하는 코엔 형제의 시선은 냉소와 회의보다는 멜랑콜리의 감정에 가깝다. 그건 아마 영화 전반에 흐르는 포크음악 때문일 수도 있다. 음악 프로듀서 티 본 버넷이 사려 깊게 선정한 사운드트랙은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고 어떤 행운도 다가와주지 않았지만 라이브 카페의 조명 아래서 노래할 때 누구보다 찬란히 빛나는 남자가 있었다. 1960년대 혹은 지금도 미국 대륙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그 남자의 노래를 끊지 않고 들려주는 배려가 이 영화엔 있다. 코엔 형제는 로드무비라는 장르와 음악이라는 질료를 통해 특유의 스타일을 반복 변주하면서도 보다 깊은 감정의 결을 선보인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TIP 르윈 데이비스가 연주하던 라이브 카페에서 막 그 재능을 꽃피우려 하는, 당대 최고 뮤지션의 모습을 이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