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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 마성의 미소
장영엽 사진 이용준 2013-10-06

<호수의 이방인> 배우 크리스토프 파우

살인마를 사랑하는 법? 의외로 간단하다. 살인마가 엄청나게 매력적이면 된다. 죽음을 무릅쓰고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당연히 그 대상이 거부할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호수의 이방인>에 바로 그런 살인자가 등장한다. 호수를 헤엄치다 연인을 익사시키고도 태연하게 다시 호숫가로 ‘출근’하는 그의 이름은 미셸이다. 게이들이 나체로 일광욕을 즐기는 지상낙원의 호숫가에서 그는 단연 돋보이는 존재다. 남성적인 근육질의 육신과, 그에 걸맞지 않은 천진한 미셸의 미소에 게이 무리의 신참 프랑크는 완전히 넋이 나가버린다. 프랑스 배우 크리스토프 파우가 마성의 게이 미셸을 연기하는데, 영화가 끝나고 난 뒤 그에게 매혹되는 건 프랑크뿐만이 아닐 거라 확신한다. <호수의 이방인>을 연출한 알랭 기로디에게 미셸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있었다고 한다. 크리스토프 파우는 “캐스팅 디렉터가 그러더라. 기로디 감독은 물속에서 막 빠져나온 ‘신’처럼 보일 수 있는 배우를 원했다”고 전한다. 말하자면 호숫가의 지배자 같은 존재가 바로 미셸이다. 살인의 증거는 호수 밑으로 가라앉았고, 미셸의 새로운 연인이 된 프랑크는 그의 한마디에 전전긍긍한다. 흐름의 판세를 쥐고 있는 자의 위풍당당함을 연기하는 것이 크리스토프 파우의 임무였다. 그는 ‘게임’이라는 말로 미셸의 본질을 설명한다. “나는 마치 게임하는 아이처럼 촬영에 임했다. 게임을 하는 자에게 과거와 미래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현재’가 중요하다. 게임을 하다보면 짜릿한 순간도 찾아오지만 어떨 땐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지기도 한다. 예측할 수 없는 매 상황의 감정에 충실한 것이 이 영화에 임하는 나의 자세였다.” 마음 가는대로 행동하는 미셸의 속마음을 관객들은 마지막까지 온전히 헤아릴 수 없다. 그렇다면 그가 바로 ‘호수의 이방인’일까? 영화 속 미셸이 짓던 여유로운 웃음을 머금은 채, 파우가 말했다. “글쎄, 미셸일 수도 있고, 아무나일 수도 있겠지.” 알 듯 모를 듯 한 대답을 남긴 채, 프랑스에서 온 매력적인 이방인은 브릴얀테 멘도사와 소노 시온의 영화를 보겠다며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