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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CLASS] 질문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윤혜지 2013-10-05

이스라엘 출신의 아모스 기타이 감독 마스터클래스

사진 : 이승배

올해 부산에서는 ‘나의 인생, 나의 영화’라는 주제로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한다. 4일 경남정보대 센텀산학캠퍼스에서 스타트를 끊은 이는 아모스 기타이다.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태어난 아모스 기타이는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을 겪고난 뒤 영화감독으로 데뷔했고, 꾸준히 이스라엘 역사의 명암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조명해왔다.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그는 젊은 영화인들에게 “자신만의 시각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것”을 주문했다. 다음은 강연에서 아모스 기타이가 자신의 영화들을 통해 되새긴 영화인생과 예술관에 대한 이야기다.

몇 편의 작품으로 함께 이야기해보죠. 이번 부산영화제 상영작인 <아나 아라비아>(2013)는 원 테이크로 80분을 이끌어갑니다. 관객에겐 영화가 맥도날드 햄버거와 같은 소비재일 수 있지만, 영화인이라면 해석의 작업을 견지해야 한다고 봐요. 영화를 시작할 무렵에는 영화의 시간을 내가 만들어서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뉴스만 봐도 알 수 있죠. 파편적인 이미지들의 호소를 통해 우리는 특정한 담론을 받아들이게 되잖아요. 일종의 프로파간다죠. 우리는 이런 프로파간다를 끊어내고 다른 메시지를 내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룰러바이 투 마이 파더>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예요. 아버지는 독일에서 자란 건축가였는데 독일에서 유태인을 추방시키기 시작한 1930년대에 하이파로 돌아오셨어요. 저 역시 건축학을 공부하던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에 징집됐어요. 헬리콥터 구조대원이었는데 헬리콥터가 추락해 동료를 잃었어요. 9년간 건축학을 공부해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건축학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모두 때려치우고 영화를 하게 된 건 그 뼈아픈 기억 때문이었죠. 우리의 힘이 닿지 않는 영역에서 우리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예술인으로서 이 상황을 치유해보기로 한 거죠. 예전엔 건축가가 직접 집을 지었어요. 방이 하나 더 필요하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디자인을 수정하고 그 집에 살 사람의 마음에 드는, 더 아름다운 집을 만들 수 있었죠. 지금은 건축 환경이 달라졌어요. 전 5성급 호텔의 로비나 설계하며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어요. 직접 관여하면서 예술혼과 장인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았어요. 영화였죠. 프로세스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작업인 것 같아요. 사운드와 영화의 유기적인 관계를 <프리 존>에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사운드 트랙의 가사를 해석해드릴게요. 개는 고양이를 잡아먹고, 고양이는 어린 양을 잡아먹어요. 개를 잡아먹은 짐승은 화염이 잡아먹고, 그 화염을 물이 제압하죠. 그 물을 소가 마시고, 누군가 와서 소를 잡아요. 언제까지, 어디까지 이 사이클이 이어질까요. 사운드도 들어보세요. 유태인들의 기도소리가 들리죠. 무슬림들이 알라를 찬양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그리고 교회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네요. 여기 쓰인 동요와 사운드는 폭력의 순환과 많은 것들의 공존을 노래하고 있어요.

영화라면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시나리오가 전부가 아니죠. 배우가 있고, 기술자들도 있고, 소품도 있어요. 나는 그 훌륭한 재료로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예요. <키푸르>를 찍을 때 상황이 무척 안 좋아서 배우들에게 촬영을 포기하자고 했는데 배우들은 어떻게든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들의 패기 덕에 만들어진 영화예요. 이런 과정 자체가 내겐 중요합니다. 롱테이크를 쓰는 것도 그래서죠. 프레임 안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프레임 바깥의 많은 것들까지 다 영화에 기여하는 거죠. 어떤 요소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서 관객에게 떠먹이고 싶지 않아요. 자체적으로 해석해주세요. 좋은 영화인이라면 자기가 놓인 상황에서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라난 곳의 상황과 역사에 질문을 던져야 하죠. 여러분 세대의 영화인들이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