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주카 |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 2013년 | 96분 | 플래시 포워드 OCT05 롯데6 16:00 OCT09 롯데6 20:30 OCT11 CGV4 13:00
‘경기의 심판’을 제목으로 삼은 영화 <레프리>는 이탈리아 최약체 축구팀을 중심으로, 축구계의 부정부패와 아이러니를 리듬감 있게 보여주는 코미디영화다. 양치기 목동을 주업으로 삼는 섬 사르데나에 심판관 크루치아니가 도착한다. 유러피안 리그의 중심에서 활약하길 바라는 이 야심찬 사내가 이 시골에 온 이유는 파바릴레팀와 몬테크라스토팀의 결승전 심판을 보기 위해서다. 거울 앞에 선 크루치아니는 챔피언스리그에서나 통할 각종 현란한 움직임을 리허설하지만, 이곳은 고작해야 3부 리그다. 이 아이러니가 극을 이끈다. “인생에 관한 모든 것을 축구에서 배웠다”는 카뮈의 명언으로 시작된 영화는, 그렇게 각종 역설적 상황들과 예상치 못한 사건을 만들어내며 관객들의 이목을 끈다.
종교적 비유와 상징을 이용해서 축구경기에 다가가는 작품이다. 그 와중에 사람들의 죄를 몰아 씌워, 황야로 내쫓기던 고대 유대의 ‘속죄양’ 이미지가 심판에게 덧씌워진다. 그런 맥락에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등 종교적 패러디의 장치들이 속속 등장한다. 뮤지컬 장르를 차용하며, 웨스턴을 함축한 코미디물임에도 굳이 흑백으로 연출한 이유에 대해 감독은 ‘현재의 사건’을 바탕으로 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TIP 매치 컷을 찾기 힘든, 그로테스크한 화면의 연결이 아름다운 작품이다. 2006년 터졌던 이탈리아 최대의 승부조작 사건 ‘칼치오폴리 스캔들’이 영화의 기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