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디니아의 시골마을. 경쟁관계에 있는 3리그 축구팀 둘은 늘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다. 이 두 팀의 급반 전되는 운명, 국제심판의 경력을 빼앗아가는 부패 스캔들, 그리고 고대 양사육법의 비밀이 영화의 주된 내용을 이룬다. <레프리>는 이탈리아 축구계의 부정부패를 독특하게 표현한 개성 넘치는 코미디이다. 영화에서 국제심판 급의 층위와 사르데니아 동네 축구팀의 층위는 한 동안 평행선을 달린다. 그리고 이 둘은 스타 심판이 나락으로 떨어지며 막판에 조우한다. 경기에 앞서 유명 심판이 치르는 엄숙하고 신성하기까지 한 마치 종교인 같은 의식 속에는 다가올 부패의 씨앗이 숨어있고, 그의 우스꽝스러운 과도한 절제와 엄격함 속에는 왠지 모를 변태성이 감지된다. 그래서 흥미롭게도 스포츠와 종교 모두에 대한 비판으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마지막 샷은 이탈리아인들이 말 그대로 ‘목숨을 거는’ 국민 스포츠인 축구의 허상을 독창적으로 표현해낸 뛰어난 장면이다. 연출감각이 돋보이는 주목해야 할 첫 번째 장편으로 올해 베니스영화제 베니스데이즈에 소개된 후 부산을 찾는다.
(이수원_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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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원_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