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사진 오른쪽)가 좀비물로 돌아왔다. 직접 시나리오도 썼다. <행복의 종>(2002) 이후로는 처음이다. 적은 제작비 탓에 촬영은 불과 5일 만에 끝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열악한 조건은 한계라기보다 자극으로 작용한 것 같다.영화를 보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사부는 이질적인 것에서 다른 면모를 발견해내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빚어내는 데 능한 감독이다. 제목을 보라. ‘미스’와‘좀비’를 한데 엮다니. 좀비 사라 역은 코마츠 아야카가 맡았는데 사부 감독은“전혀 좀비 같지 않아 보여서” 캐스팅했다고 한다. 극중 사라는 흔한 좀비와 다르다. 말없이 바닥만 닦는다. 좀비보다 인간에 가깝다. 그래서 촬영 때 분장도 최소화했다. 공포의 대상도 아니다. 사부는 “좀비 그 자체를 드러내기보다 좀비와 인간의 자리 바꾸기가 더 중요한 문제였다”고 덧붙였다.
사라가 정신없이 쫓기는 마지막 장면은 사부 영화의 인장과도 같다. 코마츠는“체력만큼은 자신 있었다. 그런데 하루 종일 달린 탓에 처음으로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달리는 장면에서의 표정이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했더니 “감독이 지시한 게 아니라 정말 힘들어서 그랬다”며 웃는다. 힘껏 달린 만큼 얻은 것도 많다. 코마츠는 “다음 작품도 좀비처럼 강한 역할을 하고 싶”단다. 사부 감독은 “모성이란 모든 것이 다 없어진 뒤에도 남아 있는 것”이라고 여러 번 강조 했다는데, 코마츠가 그 모성을 연기했으니 그녀는 몸으로만 달린 게 아니라 마음으로도 달렸다. 사부의 차기작은 천사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한다. 사부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만큼 코마츠의 다음 도전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