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peccables’(흠 잡을 데 없는). 터키에서 온 라민 마틴 감독의 <순결한 여자>의 원제다. 이 영화의 몇몇 장면 또한 그렇다. 오랫동안 서로 떨어져 살아 타인이나 다름없는 자매를 한 공간에 몰아넣었을 때 피어오르는 묘한 긴장감, 쉽사리 표현하기 힘든 정서를 단지 한 장의 그림만으로 전달하는 연출력은 탁월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터키 여성을 다룬 영화는 많지만 의외로 좋은 캐릭터는 드물다.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내밀하게 탐구해보고 싶었다.” ‘자매에 대한 이야기’라는 한줄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 데 무려 4년이 걸렸지만 결국 자신의 두 번째 필모그래피에 새롭고, 깊고, 우아한 영화를 추가시켰다.
<순결한 여자>는 자신의 첫 장편 <괴물들의 만찬>(2011)과는 장르도, 주제도, 접근방식도 전혀 다른 영화다. 그는 단 두 편의 영화를 만든 신인감독에 불과하지만 매 작품 새로운 형식과 미학에 도전 중이다. “장 뤽 고다르, 테오 앙겔로풀로스 등 존경하는 감독은 많지만 최근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에 제일 눈길이 간다. 소더버그는 매 영화 정해진 스타일 없이 스토리에 따라 방식을 바꾸면서도 신선함을 잃지 않는다. 장르에 접근하는 지적인 감각이 있다.” 라민 마틴 감독에게도 그대로 돌려주고 싶은 말이다. 이야기에 맞춰 최적의 연출을 찾아가는 법을 아는 그는 준비 중인 차기작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모색 중이다. “몇 개의 이야기를 준비 중인데 터키의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어떻게 될진 모르겠다. 어쨌든 결국엔 재미있는 이야기가 선택되지 않을까. 늘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