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에게해에서 휴가를 즐기는 자매 랄레와 야스민. 그들은 오랜 침묵의 세월이 흐른 후 다시금 서로를 재발견해가는 중이다. 그러나 여유롭게 시작된 자매의 휴가는 한 남자의 등장을 촉매로 폭발직전의 긴장 상태로 치닫는다. <순결한 여자>는 상반되는 두 자매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연출하는 힘이 돋보이는 뛰어난 드라마로 분위기 중심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 영화 시작 후 한동안, 완전히 다른 태도와 스타일의 두 여자 사이에는 무엇인가에 억눌린 침묵이 흐른다. 그들이 자매인지 친구인지도 한동안 모호하다. 이런 애매함과 보이지 않는 긴장은 영화 거의 끝까지 지속되며 인물들의 표정뿐 아니라 이 영화의 돋보이는 장치인 효과적인 사운드 사용에 의해서 배가된다. 미장센의 측면에서도 종종 둘 사이는 시각적인 벽에 의해 가로막힌다. 이렇게 서서히, 그들이 사는 집의 너무 낡아서 터지기 직전인 배관처럼, 두 자매 사이의 누적된 앙금은 일촉즉발의 순간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 말미는 물보다 진하다는 피로 얽힌 관계가 얼마나 질긴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수원_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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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원_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