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

<나기마 Nagima>
잔나 이사바예바 | 카자흐스탄 | 2013년 | 80분 | 갈라 프레젠테이션
잔나 이사바예바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는 ‘가족’이다. 전작 <
탈가트>에 이어 이번에는 고아원을 나와 독립해야 하는 어린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두 작품 모두에서, 사회와 기성세대는 무능하고 냉정하다. 여주인공 나기마의 극단적인 마지막 선택은 사회에 대한 저항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 ‘충격’의 여운은 오래 지속될 것이다.

<경유 Transit>
한나 에스피아 | 필리핀 | 2013년 | 92분 | 뉴 커런츠
20대 초반의 여성감독 한나 에스피아의 놀라운 데뷔작으로, ‘디아스포라 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나고 자란 어린 소년이 이스라엘 정부의 새로운 법에 따라 아버지의 모국인 필리핀으로 돌아가야 하는 과정을 다룬 작품. 소년과 주변의 친지들의 이야기를 차례로 전개시켜 나가면서 극적 긴장감을 고취하는 감독의 연출력도 놀랍다.

<사나 다티 If Only>
제롤 타로그 | 필리핀 | 2013년 | 100분 | 아시아영화의 창
제롤 타로그는 ‘카메라 3부작’을 통해 카메라에 비친 인간의 모습, ‘인간의 거짓과 진실’의 경계에 대해 탐구해왔다. <
사나 다티>는 그 마지막 작품이다. 전작들이 사회비판적 성격을 보였다면 <
사나 다티>는 멜로 드라마에 가깝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 선 인간에 대한 탐구는 변함없다. <
사나 다티>를 본 관객은 ‘카메라 3부작’의 나머지 두 작품이 매우 궁금할 것이다.
2. 이수원 월드영화 담당 프로그래머

<폭력녀 Miss Violence>
알렉산드로스 아브라나스 | 그리스 | 2013년 | 98분 | 플래시 포워드
올해 비아시아권에서 그리스 신인들의 강세는 각별히 두드러졌다. 그 중 <폭력녀>는 경기 침체가 야기한 윤리적 위기를 뒤틀리고 경직된 가족을 매개로 그려낸다. 주제와 형식이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예술의 세계를 완성해내는 품세가 뛰어나다. 두 번째 장편으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알렉산드로스 아브라나스는 가장 주목받는 그리스 작가가 될 것이다.

<성스러운 도로 Sacro GRA>
지안프란코 로시 | 이탈리아, 프랑스 | 2013년 | 93분 | 월드 시네마
로마의 거대한 외곽순환도로 ‘그라(GRA)’와 그 주변인들의 삶을 객관적이고도 담담한 시선으로 응시하는 다큐멘터리로 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을 거머쥐었다. 다큐멘터리로 이미 베니스에 두번 초대된 바 있는 지안프란코 로시 감독이 2년 동안 도로 주변에서 체류하면서 찍었을 정도로 많은 정성이 깃든 작품이다. 힘들게 가져온 영화니 많이 봐주시길!

<아델의 이야기 1부와 2부 Adele: Chapters 1 & 2>
압델라티프 케시시 | 프랑스 | 2013년 | 179분 | 월드 시네마
튀니지 출신의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다섯 번째 장편으로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다. 3시간에 달하는 긴 상영시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레즈비언 러브스토리다. 특히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레아 세이두, 두 여배우의 연기는 배우들에 대한 존경심을 솟아나게 만든다. 무삭제판으로 볼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매우 후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