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로 가득한 도시’란 뜻을 지녔다는 알마티의 시장에서, 소년 탈가트는 탐스럽게 익은 사과 대신 싸구려 비닐봉지를 판다. 그는 술로 소일하는 부모 대신 어린 여동생과 지적 장애가 있는 삼촌을 돌본다. 스스로 모은 돈으로 동생과 삼촌을 극장에 데려가 영화를 보여주는 속 깊은 아이는, 술값을 손에 쥐기 위해 자식들을 앵벌이시키는 철없는 부모들과 대비된다. 삶의 불안을 주정으로 해소하려는 어른들의 나약함이, 고철을 훔치거나 삥을 뜯어서라도 생활을 꾸리려는 아이들의 단단함과 비교되기도 한다. 물놀이와 축구로 소일하며 또래들과 어울리는 소년이 사는 수도 외곽의 빈민가 풍경은, 파졸리니의 <아카토네>의 젊은이들이 배회하던 로마 근교와 닮았다. 중간 중간 삽입되어 독특한 운율을 자아내는 가족들의 정면 응시컷들도, 네오리얼리즘에서 출발해 시적 영화로 나아간 파졸리니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사실적인 질감으로 카자흐스탄의 현실을 담아내는 데 공을 들이던 영화는, 아픈 이별을 감당하는 탈가트와 관객들을 위해 애잔하고도 충만한 환영을 마지막으로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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