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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CHOICE] <바라:축복> Vara: A Blessing World Premiere
송경원 2013-10-03

키엔체 노르부 | 부탄 | 2013 | 96분 | 개막작 OCT03 야외 19:00 OCT05 하늘연 13:00 OCT07 소향 17:00 OCT12 하늘연 14:00

신은 가장 비천하고 낮은 곳에 임하신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바라:축복>은 인도 남부지방의 전통춤 ‘바라타나티암(Bharatanatyam)’에 얽힌 한편의 설화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아름다운 처녀 릴라는 힌두 신에게 바치는 춤 바라타나티암 무희인 어머니에게 춤을 배우는 중인 견습 무희로 조각가를 꿈꾸는 하층계급 청년 샴과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여신상을 조각하고 싶어 하는 샴의 요청으로 그의 모델이 되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깊은 관계를 맺는다. 한편 마을 유지가 릴라를 눈독 들이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의 밀회는 촌장에게 발각이 되고, 어머니와 샴 두 사람을 구하기 위해 릴라는 스스로를 희생하기로 결심한다.

부탄의 덕망 높은 승려이기도한 키엔체 노르부 감독은 자신의 세 번째 작품 <바라:축복>을 통해 형식과 메시지의 완벽한 결합을 보여준다. 인도의 저명 작가 강고파디아이 단편 소설 <피와 눈물>을 바탕으로 감독이 직접 각색했다는 이야기 자체는 익히 들어온 민담이나 감동적인 설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신파에 가까운 이 익숙한 이야기가 바라타나티암의 동작, 그것을 포착하는 감각적인 감독의 시선과 만났을 때 신에게 봉헌되는 춤이 간직한 본래의 숭고미에 도달한다. 릴라의 희생은 신을 향한 구도의 길과 다르지 않으며 이것이 각각 춤, 조각, 카메라란 창구를 거쳐 표현된다.

릴라는 바라타나티암의 동작을 통해 비슈누 신의 서사시를 육체에 담는다. 릴라에게 반한 샴은 그녀를 통해 신의 숭고함을 조각상에 옮긴다. 그녀는 조각하는 샴의 모습에서 비슈누 신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두 사람은 신과 함께 마음을 나눈다. 키엔체 노르부 감독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빛과 카메라로 다듬어 또 하나의 조각을 완성한다. 카메라는 매번 계산된 프레임 하에 머무르며 각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극단적으로 활용한 아웃포커스가 화면에 몽환적인 느낌을 더한다. 절제된 시점과 과감한 빛의 활용으로 아름다움의 본질을 탐구하는 영화다.

TIP 의외로 춤의 전체적인 동작을 보여주지 않는다. 순간순간 드러나는 바라타나티암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말 것. 숲 속에서의 춤추는 장면은 아름답다는 말 이외에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