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양심을 예리하게 자극하는 영화를 만들었던 ‘할리우드의 양심’ 스탠리 크레이머가 2월19일 87살로 운명을 달리했다. 사인은 지병이었던 폐렴. 크레이머는 다양한 시대에 걸쳐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영화 속에 담아온 할리우드의 제작자 겸 감독이다.
매카시즘이 한창이던 1950년대 초 그는 반매카시 알레고리를 담은 영화 <하이눈>을 제작했고, 평등권이 사회적 테마였던 50년대 말에는 <흑과 백>의 연출 및 제작을 맡았다. <신의 법정> <초대받지 않은 손님> 등 그의 작품에는 한결같이 ‘메시지’가 내포돼 있다.
그러나 크레이머 부인에 의하면 그는 자신의 작품을 ‘메시지영화’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은 자신을 단지 양심을 믿는 한 인간이라고만 여겼습니다.” <뉘른베르크의 재판> <미치고미치고미치고미친 세상>처럼 때로 그의 영화는 긴 상영시간과 고답적 성격으로 평단의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이제 할리우드는 그의 영화에 담긴 ‘메시지’를 다시 한번 돌이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