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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양심, 눈 감다
2001-03-13

지병으로 사망한 스탠리 크레이머

시대의 양심을 예리하게 자극하는 영화를 만들었던 ‘할리우드의 양심’ 스탠리 크레이머가 2월19일 87살로 운명을 달리했다. 사인은 지병이었던 폐렴. 크레이머는 다양한 시대에 걸쳐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영화 속에 담아온 할리우드의 제작자 겸 감독이다.

매카시즘이 한창이던 1950년대 초 그는 반매카시 알레고리를 담은 영화 <하이눈>을 제작했고, 평등권이 사회적 테마였던 50년대 말에는 <흑과 백>의 연출 및 제작을 맡았다. <신의 법정> <초대받지 않은 손님> 등 그의 작품에는 한결같이 ‘메시지’가 내포돼 있다.

그러나 크레이머 부인에 의하면 그는 자신의 작품을 ‘메시지영화’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은 자신을 단지 양심을 믿는 한 인간이라고만 여겼습니다.” <뉘른베르크의 재판> <미치고미치고미치고미친 세상>처럼 때로 그의 영화는 긴 상영시간과 고답적 성격으로 평단의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이제 할리우드는 그의 영화에 담긴 ‘메시지’를 다시 한번 돌이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