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대역> All Apologies 에밀리 탕 | 중국 | 2012년 | 88분 | 아시아영화의 창 OCT11 M해운대4 10:00
건설노동자 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다. 어느 날, 옆집 남자의 트럭에 올라탄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는다. 하지만 옆집 남자는 한쪽 다리를 잃었을 뿐 살아 있다. 첸은 아들의 죽음이 가져온 슬픔을 감당하려 한다. 하지만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 때문에 아내가 불임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첸은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음에 절망한다. 술로 괴로움을 달랬던 어느 날 밤, 첸은 옆집 남자의 아내를 강간하고는 말한다. 보상금은 필요 없으니 아들을 낳아달라고. 남편이 일으킨 사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그녀는 결국 첸의 뜻을 따르기로 한다.
<사랑의 대역>은 불가피한 선택의 연속과 그로 인한 비극을 중계한다. 베이징에 거처를 마련한 두 남녀는 겉보기에는 부부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10개월을 보낸다. 이들 사이에서는 흔히 기대할 법한 로맨스도 일어나지 않는다. 여자는 여자대로 남겨둔 남편과 아이를 그리워한다. 월급을 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릴 처지에 놓인 첸의 현실 또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에밀리 탕 감독은 인물들의 선택에서 가치판단의 여지를 허락하지 않는다. 누가 그들을 선택의 기로로 내몰았는가를 묻는 영화는 도덕적인 판단 이전에 중국사회의 쓸쓸한 단면을 먼저 드러내 보인다.
Tip. 거래해서는 안 될 거래를 한다는 점에서 리유 감독의 <로스트 인 베이징>을 연상할 법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