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죽었다. 하교 길에 이웃집 아저씨의 트럭에 몰래 올라탄 아이를 아저씨는 내쫓지 못했다. 그 직후 교통사고가 일어났고 아저씨는 살고 아이는 죽었다. 에밀리 탕의 세 번째 영화 는 사고로 아이를 잃은 한 부부와 본의 아니게 가해자가 되어버린 이웃집 부부 간에 벌어지는 비극을 그린 영화다. 하지만 이 비극의 양상은 우리의 상식과 예상을 훌쩍 넘어선다. 파국의 씨앗은 외아들을 잃은 남자와 그에 대해 부채감을 느끼는 여자 사이에 맺어진 모종의 거래에서 태어난다. 에밀리 탕은 여기서 세상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가 세상 어디서도 용납되지 않을 법한 방향으로 비극의 몸체를 키워가는 과정을 투명하게 중계하고자 했다. 그들을 윤리적으로 재단하려 들지 않으려는 이 영화의 노력은 가히 필사적이라 할만하다. 그리고 인상적인 마지막 시퀀스. 오늘날 이들 중국 가족이 처한 현실을 바라보는 이 영화의 시선에는 비감만이 가득하다.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