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화인이 아니잖아요.” 강풀 작가는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그는 올해 그 어떤 영화인보다 많은 영화계 활동을 했다. <이웃사람>이 개봉했고, <26년>은 촬영 중이다. 부산영화제 기간 동안 <조명가게>를 변영주 감독이 연출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부산영상위원회가 주최한 아시아영상정책포럼에 강연자로 초청됐다. “보통 스토리텔링에 관한 강연을 많이 다니는데, 이번에는 내 작품이 영화화되는 과정에 관해 이야기했다. 가족여행 겸 왔다.” (웃음)
한국영화계가 강풀에서 얻어간 이야기가 올해로 6편이다. <통증>처럼 원안을 제공한 영화도 있었다. “매번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그러니 흥행성적과 상관없이 언제나 마냥 좋을 수밖에 없다.” 연출을 맡은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편인 그는 “사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딱 한마디만 한다”고 했다. “독자들이 왜 이 만화를 좋아했는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 외에는 내용이 바뀌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조명가게>의 경우는 강풀 작가가 직접 변영주 감독에게 “덫을 놓았던” 프로젝트라고. “다른 곳에서 제의가 있었지만, 그때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화차>의 표현이 너무 좋더라. (변)영주 누나가 집에 놀러왔을 때, 읽어보라고 책을 주었다. 2달 후에 연락이 왔다. 자기가 연출하겠다고.”(웃음) <이웃사람>은 흥행했고 <조명가게>는 원하는 감독을 만났지만, <26년>은 여전히 걱정이다. “캐스팅 소식이 들렸을 때, 크랭크인한다고 했을 때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극장에 걸려야 진짜 영화가 나오는 구나 생각할 것 같다.” <26년>이 개봉하고 나서야 강풀은 비로소 환하게 웃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