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생활 21년 만에 처음으로 성소수자 역할을 제의받았다.” 구리빛 피부와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 차분한 눈빛과 목소리. 야마모토 타로에게서 동성애자의 이미지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런 그가 게이로 변신했다. <에덴>에서 야마모토 타로는 신주쿠 게이클럽 ‘에덴’의 마담이자 안무가인 미로를 연기한다. 야마모토 타로는 걸음의 보폭부터 목소리와 눈빛에 담아낸 애교의 수위까지 일일이 계산한 듯 디테일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런데 영화 초반, 그의 존재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진한 화장을 한 채 정신없이 춤추고 노래하는 드래그퀸들 사이에서 미로는 좀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그는 욕심 내지 않는다. “다른 배우들의 분위기가 상당히 업 되어 있었는데, 그 분위기에 끌려가지 않도록 신경 썼다.”
최근 야마모토 타로는 배우가 아닌 ‘활동가’로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1991년, 오디션 프로그램 ‘고교생 댄스대회’로 데뷔한 그는 <박치기> <겟 업> <배틀로얄> <GO> <역도산> <마이웨이> 등 수십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그런 그가 최근 TV에서 사라졌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에서의 원전 폐기를 주장하다가 방송계에서 퇴출당한 것이다. 불이익을 감당하면서까지 그가 ‘원전 폐기’를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 “내게는 배우로서의 꿈이 있다. 1년, 2년 열심히 한다고 좋은 배우가 되지 않는다. 나는 장인 소리를 듣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원전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나라에선 내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에덴’을 꿈꾸는 이 배우의 소신을 응원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