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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1985> National Security
이주현 2012-10-08

<남영동> 1985 National Security 정지영 | 한국 | 2012년 | 110분 | 갈라 프레젠테이션 OCT08 중극장 10:00 OCT12 CGV6 11:00

한 남자가 캄캄한 방으로 잡혀 들어온다. 이어 무자비한 발길질이 남자에게 가해진다. 상황을 얼추 짐작한 남자가 묻는다. “여기가 남영동입니까?” 1980년대 남영동은 그저 서울의 많고 많은 동네 이름 중 하나가 아니다. 당시 민주화 인사들에게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은 공포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도 1985년 9월4일 남영동에 끌려가 20여일간 고문을 당했다. 김근태 의원은 당시의 경험을 수기 <남영동>에 소상히 밝혀두었다.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는 이 수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극중에선 김근태 의원이 김종태(박원상)라는 이름으로, ‘고문 기술자’ 이근안은 이두한(이경영)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서로를 계장, 과장, 사장 등의 직함으로 부르는 고문경찰들은 김종태에게 민주화운동 청년연합 의장직을 사퇴한 이유가 무엇이며, 배후엔 누가 있고, 폭력혁명을 도모하려한 것이 아니냐고 다그쳐 묻는다. 진실을 거듭 얘기할수록 고문의 수위는 높아진다. 거꾸로 매달아 욕조에 머리를 처박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장의사’로도 불리는 이두한은 ‘칠성판’이라 불리는 나무틀에 김종태의 몸을 포박한 뒤 얼굴에 수건을 덮고 샤워기 물줄기를 코에 집중적으로 쏟아 붓는다. 그도 모자라 몸이 바싹 타들어갈 정도로 전기 고문을 가한다. 고문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서 사람을 죽음 직전까지 내모는 이두한 앞에서 김종태는 철저히 무너지고 만다.

영화는 상영시간 110분 가운데 100여분을 고문 묘사에 할애한다. 두 눈을 부릅뜨고 이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무척 고통스럽다는 얘기다. 그것은 정지영 감독이 바란 바이기도 하다. <남영동 1985>를 찍으며 후유증이 컸다는 정지영 감독은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내가 아파한 만큼 아파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작 <부러진 화살>에서 사법 권력에 활을 겨눴던 감독은 <남영동 1985>를 통해 고문을 공포정치의 수단으로 사용했던 역사를 이제는 심판해야 한다고 말한다.

Tip. 대선을 앞두고 문제작이 나왔다. 대선 후보들에게 이 영화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