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신의 섭리와 세속의 정의가 맞부딪히는 고요속의 파란.
1971년 필리핀 마르코스 독재정권 절정기, 세속과 떨어진 평온한 산 속 아도라시온 수녀원이 배경인 영화다. <신과 인간> <포도나무를 베어라> 같은 수도원을 다룬 영화들이 그렇듯, 그윽하고 사색적인 화면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점차 소용돌이 속으로 전진한다. 죄, 용서, 정의, 신념에 대해 묻고 있는 영화다. 평온한 수녀원에 로드디스 수녀가 찾아오고 그녀는 거기서 평생 헌신할 것을 서원한다. 수녀원의 일상은 매일 거의 변함이 없이 조용하고 소박하게 되풀이된다. 단순함과 기도는 수녀원 생활을 인도하는 가장 큰 원칙이다. 이렇듯 고요한,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 파란이 일어나게 되고 영화는 이 문제를 쫓아간다. 로드디스 수녀와 루스 수녀가 마을로 볼일을 보러 떠난 날 이들은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그날 밤, 정체모를 괴한들에게 로드디스 수녀가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 일은 수녀원 전체의 고뇌와 갈등의 원인이 된다. 로드디스 수녀는 경찰에 가서 진술을 하겠다고 하지만 수녀원장은 이를 말린다. 주교도 용서와 신의 섭리를 설교한다. 과연 세속의 법과 종교의 비의, 정의와 구원은 양립할 수 있는 것인지 영화를 보는 이들도 혼란에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