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올랜도, 필리포 티미…. <평화유지작전>의 캐스팅은 화려하다. 이탈리아의 국민배우와 톱스타가 나란히 출연한 코미디영화라고 할까. 놀랍게도 이 영화의 연출자는 <평화유지작전>이 데뷔작인 신인감독 프란체스코 라지다. 도대체 어떻게 이 캐스팅을 이뤄냈냐고 물으니 동석한 치네치타 관계자가 귀띔한다. “라지 감독은 로마 국립영화학교 출신이다. 현재 이탈리아 영화계를 좌지우지하는 감독들이 모두 이 학교를 나왔다. 졸업하기만 하면 좋은 작업 환경이 보장되기 때문에 경쟁률이 몇 천 대 1이다.” 게다가 프란체스코 라지는 실비오 올랜도와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영화에서 아버지와 아들로 출연하는 실비오 올랜도와 프란체스코 브랜디는 실제로 삼촌과 조카 사이다. 평소 이들의 모습이 굉장히 웃기다. 둘도 없는 사이 같다가 어느새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재밌게 느껴졌다. 이들의 실제 관계를 반영해 만든 영화가 바로 <평화유지작전>이다.”
기회가 보장된 경력, 배우와의 사적인 관계를 먼저 언급했지만 <평화유지작전>은 라지 감독의 신인답지 않은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평화주의자인 아들이 우연히 군인 아버지의 부대에 머물게 되며 발생하는 사건들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어리버리한 여군, 기타 치는 군인, 부대 근처에 사는 그리스 정교 사제들과 어울리며 앙숙인 부자(父子)는 조금씩 가까워진다. 이 영화를 대변하는 하나의 단어가 있다면 그건 바로 ‘모순’이다. 평화주의자는 군인보다 더 과격할 수 있고, 폭력 없이 평화가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러한 모순과 대립의 세계가 바로 현대 이탈리아의 모습”이라고 라지는 말한다. <평화유지작전>처럼 “실컷 웃으면서도 이탈리아의 현실을 돌이켜보는 영화를 만드는 것.” 장편영화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친 신인 감독의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