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공포> Afraid of the Dark(Bruises) 마시모 코폴라/ 이탈리아/ 2010년/ 95분/ 플래시 포워드
모성과 불법이주노동자라는 두 가지 문제가 중첩된 이야기다. 스무살 에바는 더 이상 다니던 공장에서 일할 수 없게 되자 가재도구를 정리한다. 혈혈단신이 된 에바는 이탈리아에 가기로 결정하고 아무 계획 없이 길을 나선다. 낯선 도시에 도착한 첫날, 에바는 남의 차에 무단으로 들어가 잠이 들어버린다. 다음날 에바를 발견한 자동차 주인 안나는 그녀를 잠시 자기 집에 머물게 해준다. 하지만 에바의 체류는 점점 길어지게 되고 에바는 안나의 주변 인물들과 친분을 쌓아간다. 할머니를 돌볼 일손이 필요했던 안나의 엄마는 에바의 도움으로 한숨 돌리게 되고 안나의 회사 동료 브르노는 첫 만남부터 에바에게 끌린다. 낯선 환경에 적응해가던 에바는 한 여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여인을 미행하고 창문으로 집 안을 엿보는 에바의 추적이 한참 진행된 후 우리는 그녀가 에바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바는 9년 만에 만난 엄마를 향해 쌓였던 분노를 쏟아낸다. 엄마 없이 자란 지난 세월 그녀는 혼자 사춘기를 보내고 학교를 졸업하고 낙태를 경험했으며 할머니의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고 소리친다. 엄마가 보낸 준 돈은 절대로 그 세월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없다고 울부짖는 에바에게 엄마는 아무 말 못한다. 엄마 역시 그럴 수밖에 없었던 긴 세월을 어떻게 설명할지 난감하다. 에바와 엄마가 대면하는 이 장면은 슈잔네 슈나이더 감독의 독일 영화 <다가올 그 날>을 떠올리게 한다. 이데올로기와 모성이 날카롭게 부딪혔던 <다가올 그 날>에서 딸은 정치적 신념 때문에 자신을 버린 엄마에게 거칠게 항의한다. <암흑의 공포>에서 모성은 개인의 신념보다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결부되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