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길>의 셰론 다욕 감독은 영화제 개막 이틀 전부터 부산에 있었다. 여행 온 게 아니다. 영화제 시작 전부터 영화를 만드는 모교 AFA(아시아영화아카데미)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그는 “AFA 덕분에 첫 장편 극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면서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제안을 거절하고 부산에 먼저 공개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다로 가는 길>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말레이시아행 보트에 몸을 싣는 ‘보트 피플’을 그린 작품이다.
-‘보트 피플’을 그린 영화다. 이야기의 출발점이 궁금하다. =이야기 구상할 때 항상 필리핀 정치와 사회문제를 먼저 생각하는 편이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인근의 말레이시아로 탈출하는 사람들은 필리핀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나 역시 필리핀 남부에서 나고 자라 ‘보트 피플’과 관련한 유괴, 강간 등의 범죄소식을 익히 들어왔다. 운명적으로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 전, 사전 취재를 오래 했을 것 같다. =총 4년이 걸렸다. 그렇다고 매일 취재를 한 건 아니다. 보트 피플 관련 연구를 하는 한 교수님을 통해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또, 불법이민자, 불법체류자, 정부 사회복지과 직원 등,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취재 과정을 카메라에 담을 생각은 없었나. 다큐멘터리로 어울리는 소재인 듯하다. =카메라를 들고 취재한다는 것은 필리핀에서 목숨을 내놓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다큐멘터리로 풀어낼 수도 있지만 시사적인 소재를 극영화로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야밤에 필리핀을 탈출하는 시퀀스는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촬영했다. =적은 예산 때문에 DSLR 카메라의 동영상 기능으로 찍을 수밖에 없었다. 조명은 당연히 자연광을 이용했고. 가진 것 내에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다보니 다큐멘터리 스타일 밖에 없더라. 어쨌거나 35mm든 HD든 카메라의 종류가 중요한 게 아니다. 매체에 맞는 형식을 강구하는 게 필요하다.
-등장인물 모두에게 러닝타임을 골고루 할애한다. =보통 영화처럼 한 두 명이 주인공이라면 관객은 캐릭터의 변화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캐릭터의 변화 과정이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떠나는 이유와 그들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게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