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나는 왕이니까 가운데 앉아야지…", "제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옥정이에요", "자, 왼쪽에서부터 한 번씩 말해볼까요?"
연기자의 기분이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영향 아래 있다고 한다면 이 말은 사극 '동이'에서 '깨방정' 숙종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지진희(39)에게 특히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6일 경기도 용인시 MBC 사극 '동이'의 세트장에서 만난 지진희는 멀쩡한 임금 복장에 양손을 모아 소매 속에 감춘 근엄한 모습까지 영락없는 숙종의 모습이었지만 얼굴만큼은 장난기가 가득했다.
기자들이 출연진을 만나는 간담회 자리에서 그는 동료 연기자들을 소개하며 진행자 역할을 하더니 얼마 전 일본 팬에게 받은 선물을 자랑하다가 동료 연기자에게 "치사하다"는 타박을 듣는다. 팬이라며 촬영장에 찾아온 한 초등학생 여자 아이에게는 "니가 좀 사람 볼 줄 아는구나"하며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여 함박웃음을 짓게 하기도 했다.
'동이'에서 지진희가 연기하는 숙종은 예전 사극과 달리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다. 신하들에게 엄격한 카리스마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궁녀들에게 손을 흔드는 가벼움을 드러내며 심지어는 노비인 동이(한효주)가 담을 넘는 데 등을 구부려 밟고 넘어가게 하는 파격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지진희는 "사실 이런 모습은 생각도 못해봤었다. 그래도 왕인데, 밖에 나간다고 해봤자 궁궐 근처겠지 생각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숙종이) 노비를 만나려고 하니 낮보다는 주로 밤에 밖에 나다니게 되네요. 1주일에 5일은 밤낮없이 촬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행히 임금의 고정관념을 깨는 재미있는 신이 많아서 재미있게 연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숙종에 대해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인데 예전과 다른 모습이 많아서 재미있는 면이 많이 부각되는 것 같다"며 "처음에는 어떤 반응이 나올까 걱정도 많이 했었는데 새롭지만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아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동이' 속 숙종의 모습은 사실 지진희가 은근히 꿈꿔온 모습이다. "항상 '지금은 멜로 연기를 하지만 나중에는 코미디를 해보자'고 생각해 왔었다"는 말이 뒤를 잇는다.
"시트콤이나 개그 프로그램, 예능 프로그램 보는 것 좋아하거든요. 이왕 사는 거 재미있고 단순하게 살자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고요. 진지한 모습을 보여 드렸던 영화가 반응이 안 좋았는데, 코믹한 모습이 반응이 좋다 보니 '과연 내 길은 코미디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웃음)
동료 연기자나 제작진들도 가벼워 보이면서도 카리스마가 있는 숙종의 모습이 지진희에게는 꼭 맞는 옷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가까이서 보니 진짜 '깨방정'이다"라는 게 극중 장희재 역을 맡은 김유석의 말. 이병훈 PD는 "이 친구 '대장금' 때는 장금이 보고 웃는 거나 잘하는 친구인 줄 알았는데, 코믹한 모습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거들었다.
지진희는 "동료끼리 즐겁게 연기하는 분위기가 차츰 시청률을 좋게 하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얼마 전 대본이 늦게 나와 촬영을 못 하게 된 날이 있었어요. 전 원래 촬영분이 없어서 집에서 자고 있는데 촬영장에서 대본 을 기다리던 동료들이 일 접고 돌아오던 길에 같이 술 한잔 하자고 전화를 했더라고요. 새벽 2시에 시작해서 아침까지 즐겁게 마셨어요. 고생도 많이들 하고 대본 나오는 것도 빡빡하지만 모두 즐겁게 즐기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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