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비글로 "할리우드에 여성 감독 많아져야"
2010-04-08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할리우드에서 여성 감독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할리우드의 아마조네스'라는 별명을 가진 캐슬린 비글로 감독은 아카데미상 역사에서 여성으로는 처음 감독상을 받았다.

그가 만든 '허트 로커'는 제8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각본상, 음향 편집상, 음향 효과상, 편집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다.

'유리천장을 깼다'는 칭송을 받는 비글로 감독은 영화 '허트 로커'의 개봉(22일)을 앞두고 8일 가진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배우들과 원작자에게 감사할 뿐"이라며 "이 영화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일하는 모든 군인에게 바치고 싶다"고 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전처이기도 한 비글로 감독은 '폭풍속으로'(1991)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1990년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웨이트 오브 워터'(2000),'K-19'(2001)가 잇따라 흥행에 참패하면서 한동안 연출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할리우드에서 더는 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하지만, 그는 TV 시리즈물 등을 만들면서 재기를 노렸다. '허트 로커'를 쓴 마크 볼과의 인연은 재기의 실마리가 됐다.

"볼의 글을 텔레비전 시리즈로 만들면서 꽤 친해졌어요. 저는 2004년 볼이 바그다드에 간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곳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고, 그래서 더 궁금한 곳이었습니다. 그가 돌아올 때, 영화로 만들어도 될 만한 소재를 가지고 올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2005년부터 영화를 만들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완성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죠."

영화는 이라크전에 참전한 미군 특수부대 폭발물 처리반의 일상을 담았다. 폭발물 사고로 톰슨 하사가 죽자 윌리엄 제임스 하사(제레미 레너)가 새로운 팀장으로 온다. 폭탄 제거에서 희열을 느끼며 삶의 의미를 찾는 윌리엄은 자신의 실력을 믿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며 팀원들과 갈등을 빚는다.

액션 영화가 장기인 비글로 감독은 그간 천착했던 순수 액션영화 대신 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라크전을 다룬 영화로 복귀했을까.

"볼의 글을 읽으며 제가 정말 연출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이 이야기 외에 다른 영화를 찍는다는 건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어요. 다만, 각본을 살려 영화를 창의적으로 찍기 위해서는 메이저가 아닌 독립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아야 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투자받기도 용이하지 않았지만, 실제 촬영 자체도 순탄하지 않았다. 요르단에서 촬영에 들어갔으나 외적 요건이 최악이었던 것.

"촬영을 시작했을 때는 7월 중순이었어요. 섭씨 40도가 넘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였습니다. 열사병의 위험은 항상 있었죠. 게다가 엄청난 무더위 속에서도 배우들은 36-45㎏에 이르는 폭탄제거 장비를 착용해야 했습니다. 최악의 상황이었죠. 그런 상황을 참고 연기해 준 배우들에게 고마울 뿐입니다."

그는 '허트 로커'를 찍으면서 정치적인 부분보다는 "인간애를 그리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했다.

"제임스 하사는 전혀 정파적 특징이 없는 인물이에요. 그는 공화당도 민주당도 아니죠. 목숨을 걸고 일을 할 뿐입니다. 저는 주인공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위험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비글로 감독은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제레미 레너에 대해 "매우 재능이 뛰어난 배우"라고 평했다.

차기작을 묻자 "무법지대로 알려진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브라질의 접경지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 영화도 마크 볼이 시나리오를 썼다.

"만약 여자가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다면, 저는 두 가지 이유에서 그런 어려움을 무시합니다. 일단 저의 태생적인 성(性) 자체를 바꿀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영화 만드는 걸 그만두지 못합니다."

buff27@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