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7일 오후2시, 광화문 씨네큐브1관에서‘국제영화제 발전방안 토론회(이하, 토론회)’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정헌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 정초신 감독, 송낙원 건국대 영화과 교수, 김영덕 PD, 김종현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강성률 영화평론가, 이대현 한국일보 논설위원 등이 참석했다.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여 년간 이룬 한국영화의 발전은 종 영화제와 동반 성장한 결과”라며 “오늘 토론회가 한국 영화의 지속적인 발전이란 큰 명제 하에서 각계 의견을 모으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토론회는 총 2부로 진행됐다. ‘2009 국제영화제 평가 결과 및 향후 발전방안’이라는 주제로 정헌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의 발제가 있었고, 이어 참석자들의 토론이 열렸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2009년 국제영화제 평가 결과 및 향후 발전방안평가’는 현재 국고지원으로 운영되는 국내영화제들이 가진 3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헌일 연구원은 “영화산업에의 기여 미비, 프로그램 수급 비용 과다 지출, 비효율적 예산 운영, 관객 충성도의 감소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평가의 기준은 “국제영화제에 대한 국고 지원의 목적"에 따른 것이다. "국고지원의 기본 방향은 선택과 집중에 따라 소수의 발전 가능성이 있는 영화제를 지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가의 목적 또한 국제영화제의 난립 방지와 경쟁력과 차별성을 갖춘 국제영화제의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헌일 연구원은 무엇보다 “국제영화제가 한국 영화산업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향후 영화제의 산업적 기여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새로 설정해야 하고, 성과가 미미할 경우 지원을 감소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회에서의 쟁점 또한 국고지원의 필요성 여부였다. “기존의 영화제 지원 기준은 큰 영화제에 유리”하다는 강성률 영화평론가는“다양한 성격의 다양한 영화제에 골고루 지원해야 한다”며“국고와 지방 정부의 지원금이 영화제 전체 예산의 5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영화제가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제영화제가 개봉되지 않은 다양한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용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송낙원 건국대학교 영화과 교수는 "국제영화제가 다양한 영화를 제공한다는 논점은 시효가 지났다"고 반박했다. "현재 시네마테크가 여러 예술영화를 상영하고 있으며 그 외에 인터넷으로도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다.” 이에 더해 송낙원 교수는 영화제가 완전한 재정 자립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국제영화제가 시민 축제의 일환으로 진행되면 티켓 수입, 마케팅을 원하는 기업들이 광고, 협찬을 할 것이고, 이를 통해 재정 자립을 이룰 수 있다. 굳이 중앙 정부나 문광부가 예산지원을 할 필요가 없다.”
반면, 김영덕 PD는 영화제를 산업적인 기준으로만 바라보는 것을 경계했다.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여한 국내외 기자는 총 2450명으로, 이 수치는 캐나다 몬트리올 영화제의 6배,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3000명과 맞먹는 수치”라고 밝힌 그는 "이것이 국가 브랜드의 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단순히 몇 가지 지표만으로 영화제의 영향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종현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의견도 이를 뒷받침했다. “영화제는 영화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자리다. 관객들에게 다양한 영화를 보여 주기 위해서는 영화제만의 정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몸짓을 부풀리기보다 자신의 성격에 맞는 프로그램을 알차게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그는 정부에게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의 정책이 영화제 예산의 한시적, 지속적인 지원 여부를 떠나 영화제가 자신의 색깔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을 마련해달라.” 이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이대현 영진위 위원은 “현재 국제영화제들은 목적이 뚜렷하지 않고, 예산을 지나치게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영화제는 소모적인 문화행사다. 수익이 나올 곳은 입장료뿐인데, 이는 현재 투자 대비 10%에 불과하다"라고 말한 정초신 영진위 위원의 의견도 마찬가지. 이대현 위원은 “지금처럼 부분경쟁을 통해 몇몇 독립영화감독이나 예술영화 감독을 발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권위 있는 경쟁 영화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대해 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영화제를 평가할 때, 성과를 중심으로 한다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혜경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는 상업영화를 통해 충족되지 않는 감성들,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학습들을 익힐 수 있다는 게 장점이자 효과다. 영화제 그 자체로 한국영화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중요하고 크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제영화제 관계자는 "도대체 왜 갑자기 영진위가 이런 자리를 마련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토론회를 보이는 그대로의 토론회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라며 토론회의 기획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은 "정치적인 배경 같은 건 없다. 다 잘해보자는 뜻에서 연 토론회일 뿐"이라며 더 이상의 질문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