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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도 잇신 "日전후세대 잘못 담아냈다"
2010-03-10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을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많은 일본 관객은 이미 모든 내용을 알고 영화를 보러 왔습니다. 한국은 그렇지 않으니 관객들이 어떻게 봐 주실지 더 궁금하네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4), '메종 드 히미코'(2006), '구구는 고양이다'(2008)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이누도 잇신(50) 감독이 새 영화 '제로 포커스'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제로 포커스'는 일본 추리문학 1세대인 마쓰모토 세이초(1907-1992)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원작을 토대로 영화화된 작품이다.

영화는 맞선으로 만나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남편이 출장을 떠나 돌아오지 않자 남편을 찾아 떠난 데이코(히로스에 료코)가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을 접하고, 남편의 거래처 사장 부인인 사치코(나카타니 미키)의 도움으로 진실을 알아가는 미스터리물이다.

9일 열린 시사회에 맞춰 짧은 일정으로 방한한 이누도 감독은 인터뷰에서 "일본 전후 세대가 저지른 잘못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배경은 1946-1947년과 1957년 등 두 시기로 나뉩니다. 그런데 이 두 시기는 전혀 다른 시기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1957년 즈음은 일본의 격변기였죠.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이라고 할까요. 격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고 그런 모습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누도 감독은 "당시에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빛나는 꿈이 있었고 그 꿈을 위해 실수나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그런 사람들은 영화의 캐릭터로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또 "지금 일본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꿈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당시와 지금의 차이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에서 관찰자에 머무르는 데이코는 "전쟁 직후 시대의 영향을 받지 않은 새로운 세대이기 때문에 관객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사치코가 여성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후원자로 나서 노력하는 설정이 추가됐다.

이누도 감독은 "새 시대를 위해 변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성은 남성 사회가 만든 환경과 전쟁의 피해자입니다. 여성들이 전쟁을 통해 받은 상처가 전후 10여년이 지나도록 영향을 끼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1960년생인 그는 "어린 시절 어른들을 보면 이상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고, 죄의식이 있긴 하지만 그것을 직시하지 않고 눈을 질끈 감고 앞으로 나아가는 인상을 받았다"며 "사치코는 그 무렵 일본인에 대한 강한 인상이 반영된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까지 세 번째 함께 작업을 한 히로스에 료코를 비롯해 우에노 주리 등 주로 여성 배우들과 많이 일해 온 것에 대해 그는 "어쩌다보니"라고 답했다.

"대학 시절 처음 영화를 찍을 때 돈은 없지만 독특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같은 돈으로 액션 영화를 찍기보다는 여대생의 3일을 찍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었던거죠. 지금 세상은 아직도 남성 위주이기 때문에 여성의 일상적인 삶을 바라보기만 해도 대립하는 구도가 만들어지니 돈을 들이지 않아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eoyy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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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