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기조도 계획도 비전도 찾아볼 수 없다.” “문화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정책 실패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사회적으로 설명하지도 못하고, 문제에 답할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 지난 3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영진위 정상화를 위하여: 영진위가 가야할 길을 묻다'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프레시안이 주최하고 민주당 최문순 의원실이 후원한 이 자리에는 원용진 서강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영화아카데미 비상대책위원회 이용배 대표, 영화인대표자연대회의 최현용 사무국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제작가협회 차승재 회장, 임찬상 감독(<효자동 이발사>), 신동일 감독(<반두비>)은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들은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한국영화아카데미 파행 운영과 서울아트시네마 사업자 공모,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과정 상의 문제들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지난 8년간 미디액트 운영위원으로 활동해온 원용진 교수는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자 선정 과정 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원 교수는 “사회 구성원이 동등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기회와 능력을 제공하는 시민적 권리가 커뮤니케이션권”이라고 설명한 뒤 “그동안 미디액트가 장비대여는 물론 그것을 사용할 수 있도록, 즉 커뮤니케이션권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써 왔다. 그런데 영진위는 지난 8년의 시간을 지우고선 커뮤니케이션권을 얘기할 때 단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이들을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1기 출신인 이용배 교수는 1984년도에 문을 연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전두환 정권부터 노무현 정권까지 유지돼왔는데 “이명박 정권이 한국영화아카데미의 간판만 가져가고, 존재는 부정하려 한다”며 한국영화아카데미의 규모를 축소, 폐지하려는 영진위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발제가 끝나고 이어진 자유 토론에서 차승재 회장은 상업영화 현장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영진위를 둘러싼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야기했다. “미디액트, 인디스페이스, 서울아트시네마, 영화아카데미 문제가 영화 산업현장과는 크게 관계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등한시했다. 그건 한국영화의 미래를 등한시했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영진위는 미래의 한국영화를 이끌어나갈 영화인들에게 대대적인 손질을 가했다. 이념과 생각이 다른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게 영진위의 가장 큰 문제다.”이날 토론회에서는 비판 뿐 아니라 대안도 제시됐다. 9인 위원회로 구성된 영진위의 인적 구성을 새롭게 손질할 필요가 있으며, 시스템적으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다. 영진위가 영화계와 제대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참석자들은 무엇보다 사적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공적 커뮤니케이션과 공적 네트워크가 가동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