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세계 최고 흥행영화 '아바타'를 따돌리고 7일(현지시간) 제82회 아카데미상 6개부문을 휩쓴 '허트 로커'의 캐슬린 비글로(59) 감독은 할리우드에서는 여장부로 통한다.
비글로 감독은 낸시 마이어스나 페니 마샬 풍의 로맨틱 코미디처럼 말랑말랑한 영화보다는 스크린에 액션이 범람하는 선 굵은 액션 영화를 주로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키 182㎝의 그는 별명도 '할리우드의 아마조네스'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영화학을 전공한 비글로 감독은 1982년 '사랑없는 사람들'로 데뷔했으며 5년 후 서부극과 뱀파이어 장르를 뒤섞은 '죽음의 키스'(1987)로 평단의 시선을 끌었다.
여성이 경찰로 등장하는 스릴러물 '블루스틸'(1990)을 연출한 이후 비글로 감독은 '폭풍속으로'(1991)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키애누 리브스, 패트릭 스웨이지가 주연으로 출연한 이 영화는 세계적으로 83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비글로 감독은 이후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1989년부터 1991년까지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만든 '스트레인지 데이즈'(1995)는 8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제작비(4천200만달러)의 20%도 건지지 못한 참패였다.
2000년 절치부심하며 만든 '웨이트 오브 워터'는 숀 펜이라는 훌륭한 배우를 기용하고도 그저그런 스릴러 영화라는 혹평을 받았다. 'K-19:위도우메이커'(2001)는 아예 그를 재기 불능의 상태로 빠뜨렸다. 1억 달러의 예산을 들였지만 매출은 3천500만달러에 그쳤기 때문이다.
비글로 감독은 그러나 좌절을 딛고, '허트 로커'로 8년만에 재기에 성공했다. 전미비평가협회, 영국아카데미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쓴 그는 7일 아카데미상마저도 휩쓸었다. 특히 1천100만달러를 들여 만든 영화로 최대 5천억달러가 든 걸로 추정되는 캐머런의 '아바타'에 압승했다.
특히 여성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오스카상을 받은 그를 두고 "할리우드의 유리천장을 깼다"는 칭송이 잇따르고 있다. 1929년 1회 아카데미상 이래, 여성으로 감독상 후보에 오른 이는 '세븐 뷰티즈'의 리나 베르트 뮐러,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소피아 코폴라 등 4명 뿐이었다.
적은 제작비를 투입하고 무명에 가까운 배우들을 기용한 그는 이날 시상식에서 "내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히며 여성 감독으로는 최초로 오스카를 품에 안은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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