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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 "'귀엽다'는 표현 고맙죠"
2010-01-13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어느덧 나이 예순을 바라보게 된 배우 안성기에게 '귀엽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50년 넘는 연기 경력과 활발한 사회활동에, 중후하면서 따뜻한 이미지까지 더해져 '국민배우'로 꼽히는 그가 조금은 파격적인 배역으로 영화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신연식 감독의 영화 '페어러브'에서 그는 친구 딸인 대학생 남은(이하나)과 첫사랑을 하는 50대 노총각 형만을 연기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그는 "이번 영화에서 '귀엽다'는 표현은 최고의 찬사"라고 말했다.

"서툰 사랑이니까 가능했죠. 번지르르한 말로 여성을 사로잡는 그런 게 아니잖아요. 쩔쩔매는 모습은 풋사랑과 비슷하고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혼자 킥킥댈 정도로 재미있었어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의 소규모 영화라 시나리오를 받고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안성기는 시나리오만 보고 출연을 결정했고 3년을 꼬박 기다렸다.

"나밖에 할 사람이 없다고 하던데?(웃음) 시나리오 보고 나하고 잘 맞는 것 같았어요. 말하는 것이 빠르거나 번지르르하지 않고, 느리면서 더듬거리잖아요. 나이는 들었지만 이 사람의 생각은 젊은 느낌인 것도 나하고 비슷하고. 허허"

형만은 나이 오십이 넘도록 결혼은커녕 연애 한 번 못해보고, 형과 형수 눈치를 보면서 밥을 얻어먹고 빨래를 맡기는 노총각이다. 전 재산 8천만원을 친구에게 사기당하고 작은 작업실에서 잠을 자며 카메라를 수리하는 일이 전부인 남자다.

그러다 8천만원을 빌려간 친구가 딸 남은을 보살펴 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죽는다.

한데 외로움과 친구 삼아 사는 자신을 남자로 대하며 다가오는 남은을 형만은 어쩔 줄 몰라 하며 화를 내다가도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실제 제가 많이 서툰 편이에요. 삼형제라 남자들 틈에서 자라 여성에 대해 잘 몰랐고 형만처럼 옆에서 얻어듣고 '그렇구나' 하는 수준이었어요. 표현을 잘해야 한다는 걸 나중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알게 됐죠."

신 감독은 이 영화를 '성장 영화'라고 표현했고, 안성기도 "각자의 세계에 있는 두 사람이 서로 벽을 허물어뜨리며 줄다리기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안성기는 50대 노총각에게 찾아온 첫사랑의 설렘을 힘주지 않고 편안하게 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스럽고 귀엽다.

"다른 영화는 많은 생각과 계산을 하는데 이번에는 생각 없이 다녔어요. 생각하고 계산하면 안 되는 영화였거든요. 대본도 일상적인 표현이 많아 외우는 대신 쓱 보고 촬영에 들어가고 했어요."

대신 자기를 가리켜 '오빠가'라고 하는 표현은 많이 뺐다.

"(오빠라고 부르는 게 어떻겠냐고 하는 장면을 언급하며) 거기서 음흉한 것 같았어요. 감독한테 다른 거 없을까 그랬죠. 아저씨라고 하면 좋겠는데. 결국 해야 되는 말이니까 내 대사 중에 '오빠가' 하는 건 많이 빼고 이하나씨가 계속 오빠라고 해줬죠."

이미 오래전부터 스스로 몸값을 낮추고 후배들을 받쳐 주는 조연도 마다하지 않은 그는 "주연과 조연 비율이 4:6 정도 되는 거 같은데 나름대로 영화마다 존재감은 유지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편안하게 말했다.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영화계 맏형으로서의 짐도 크다. 각종 영화제를 돕고 최근에는 영화계를 고사 위기에 몰아넣은 불법 다운로드를 막기 위한 '굿 다운로더 캠페인'의 선봉장에 섰다.

오랫동안 해온 유니세프 친선대사를 비롯해 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 같은 사회 운동 단체는 물론 월드컵유치위원회에도 이름을 올렸다. 정치권의 러브콜까지, 그를 찾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그는 "기존의 활동에 집중하고 싶어서 새로 들어오는 제안은 많이 거절하고 있다"며 "함께 커 나가는 과정이었고 그래서 이제는 좋은 의미로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내 몫이구나 생각하고 내가 그런 식으로 쓰이는 걸 받아들여요. 내가 버티고 있어서 그런지 후배들이 나서려고 하지를 않네요. 그래도 이제 나이 좀 먹은 후배도 많아져서 내년 이후에는 좀 나눠줘야 하지 않나 해요."

eoyy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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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