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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로 "꼴찌에게도 기회가 있음을 알리고파"
2010-01-13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막장 드라마'가 판치는 브라운관에 단비 같은 작품이 등장했다.

지난 4일 첫선을 보인 KBS 2TV 월화극 '공부의 신'이다. 괴짜 변호사 강석호가 오합지졸 고3 수험생 5명을 최고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나선 이야기를 그린 '공부의 신'은 신선한 스토리, 빠른 전개와 함께 강석호의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쿨한 리더십으로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제게는 첫 드라마인데 너무 감사할 따름이죠. 부디 지금의 분위기를 잘 유지해 마지막 16회에서는 전국의 모든 꼴찌에게 진한 감동을 주기를 바랍니다."

강석호 역의 김수로(40)는 12일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데뷔 12년 만에 처음으로 출연하는 드라마라 은근히 걱정이 됐는데, 금세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경쟁작들을 멀찌감치 따돌렸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제가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일이 잘됐는데, 올해도 그런 것 같아요.(웃음) 2006년 영화 '흡혈형사 나도열' 개봉 때 첫주에 70만 명이 들었을 때의 느낌하고 비슷하네요. 그런데 이제 시작했으니 앞으로 16회까지 점점 더 많은 호응을 얻어야겠다는 부담도 들어요. 어느 한 회도 '별로였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습니다. 영화와 달리 시청자들의 반응이 즉각 즉각 오니까 신나네요."

사실 '공부의 신'은 MBC와 SBS에서 별반 경계하지 않았던 작품이다. '애들이나 볼 것'이라 치부했던 것. 그러나 이 드라마는 학생과 학부형이 함께 보며 인기를 얻고 있다. '모든 학생들은 꿈을 꾸고 키워야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자유를 준답시고 아이의 꿈을 무시해 버리는 게 폭력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룰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네가 제일 미안해야할 사람은 네 자신이다' 등의 대사가 벌써 회자되고 있다.

"보통은 '공부해라'고 하면 듣기 싫잖아요. 그런데 이 드라마는 공부를 해야하는 타당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펼쳐놓으니 호응을 얻는 것 같아요. 제가 청소년이어도 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10분 공부할 것을 1시간 할 것 같아요. 그만큼 의욕을 북돋우고 자극을 주는 좋은 말들이 많습니다. 드라마 게시판에도 '공부해야겠다'는 소감이 쇄도하는 것을 보면서 드라마 한 편이 어떻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를 느끼게 됐어요. 덩달아 제가 좋은 일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공부의 신'은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에 도전 중이다. 파산 위기에 처한 고등학교의 청산하는 실무를맡은 변호사 강석호가 청산이 아니라 학교의 재건 프로젝트를 내놓는데, 그것이 꼴찌, 반항아, 둔재 등을 모아놓고 최고 명문대에 입학시키는 것이다. 다분히 판타지적이지만, 잘못하면 '명문대 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이 드라마는 꼭 명문대에 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청소년기에 공부가 왜 필요한지,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기본을 해놓고 개성을 살리는 것과 기본도 없이 자기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학생은 분명히 차이가 납니다. 선택의 폭이 달라지거든요. 저도 명문대를 나오지는 못했지만 학창시절 공부의 중요성은 잘 압니다. 이 드라마는 지금 공부를 안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 번쯤 해봐라. 그런 후 너만의 개성을 살려봐라'고 말합니다. 더불어 꼴찌들에게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주로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던 김수로에게 강석호는 역대 최고 좋은 직업의 캐릭터다. 옷도 매 신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나온다.

"지금 똑같은 양복 두 벌을 넥타이만 바꾸며 번갈아 가며 입고 있어요.(웃음) 양복을 입으니 확실히 자세도 달라지네요.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 중 가장 좋은 직업인 데다 코믹 연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과거 작품들과 차별화돼 좋아요. 제가 원래 '빌리 엘리어트' 류의 휴머니즘이 강한 작품을 좋아하는데, '공부의 신'이 딱 그렇습니다. 가슴에 꽂히는 좋은 대사가 너무 많고, 앞으로 감동적인 장면들이 계속 이어질 겁니다."

극 중 강석호는 "날 선생님이라 부르지 마라. 선생님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난 그저 입시 트레이너다"고 말한다. 진심을 다해 학생들을 지도하지만 자신은 감히 선생님이라 불릴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마흔이 되도록 학창시절 선생님들과 좋은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텐데 전 여전히 그 시절 선생님들을 찾아뵙고 있습니다. 그만큼 선생님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많이 받았기 때문인데, 이 드라마를 통해 그런 점들을 잘 녹여내고 싶어요. 제가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고 모범생도 아니었지만, 훌륭한 선생님들 덕분에 청소년기를 바르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영화 '울학교 E.T.'에서도 교사를 연기했던 그는 "'울학교 E.T.'의 천성근도 좋은 선생님이다. 그런데 천성근과 같은 선생님은 현실에도 많을 것 같다면, 강석호 같은 선생님은 정말 현실에 나타나줬으면 하는 인물이다"고 말했다.

"우리 드라마는 어른과 아이들이 같이 볼 수 있고,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이니 함께 즐기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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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