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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의형제는 송강호판 종합선물세트"
2010-01-13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지금까지 찍은 영화 중 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예요. '의형제'의 한규는 '살인의 추억'의 두만이나 '공동경비구역 JSA'의 경필과 중첩돼요. 새로운 연기는 아니지만 송강호판 '종합선물세트'라고 할까요. 저의 모든 연기가 집약돼 있죠. 한규가 국정원 요원이지만 한 가장의 모습, 생활인의 모습으로 접근하려 했어요"(웃음)

배우 송강호는 최근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기력을 인정받는 그는 '영화는 영화다'로 데뷔한 장훈 감독의 2번째 장편 '의형제'에서 파면된 국가정보원 요원 이한규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내달 4일 개봉한다.

"지금까지 제가 한 영화에서 꼽자면 '의형제'의 한규는 조폭이지만 '생활인'인 '우아한 세계'의 인구와 비슷해요. 생활인의 모습을 솔직하게 다룬다는 점에서죠. 그 영화가 다소 어두운 면이 있었다면 '의형제'는 밝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죠."

그는 이날 유독 "생활인"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두 명의 자녀를 둔 40대 중년의 남성. 배우로서의 고민은 남다를지라도 생활인으로서의 그는 일반 가장과 다르지 않았다.

무심한 듯 보이지만 아이들의 건강과 성적을 걱정하고, 기러기 아빠가 될까 말까를 망설이는 아버지의 모습도 엿보였다.

"아이들의 영어실력 향상이냐, 부모 자식 간의 정이냐 둘 중 하나의 택일이었어요.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면 아빠로서 누려야 하는 행복은 포기해야 하죠. 무얼 선택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아빠로서의 행복을 택했습니다." (웃음)

버디 무비인 '의형제'에서 그는 처음으로 강동원과 호흡을 맞췄다. 버림받은 남파 공작원 송지원을 맡은 강동원에 대해 그는 "매력적"이라는 말로 총평했다.

"주변에서는 우려가 있었던 것 같아요. 외모 면에서 의형제로 나오는 강동원과 제가 어울릴까라는 거였죠. 하지만, 저희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정말 환상적인 앙상블을 보였다고 자평합니다."(웃음)

"매력적이에요. 동원이는 젊은 배우로서의 총기도 있지만, 영감 같은 구석도 있어요. 무엇보다 솔직하고 담백한 점이 큰 장점입니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순제작비 35억원)의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은 장훈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영화는 영화다'를 보고 소소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묵직하게 하는 연출의 힘에 끌렸다고 한다.

"장 감독은 대중영화가 갖춰야 할 면모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몇몇 장면은 놀랄 만한 완성도를 보였어요.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매우 놀랍죠. '의형제'가 대단히 훌륭한 영화라고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적어도 부끄럽지 않은 대중영화라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작년 한국 영화 점유율이 전년보다 반짝 반등했지만, 여전히 영화계는 어렵다는 소리로 아우성이다. 하지만, 그에게 불황이라는 말은 해당되지 않는다. 그는 봄바람이 불면 이현승 감독의 누아르 영화 '밤안개'에 출연한다.

"고전적인 맛이 있는 누아르에요. 막판 시나리오 작업 중인데요. 정사장면은 전혀 없어요.(웃음) 평소 이현승 감독님과 작업해 보고 싶었어요. 기회가 닿게 돼서 하게 됐는데, 역시 멜로물의 대가답게 강력한 멜로라인은 있어요."(웃음)

송강호는 감독 복이 많은 배우다. 물론 그 역도 성립한다. 이창동(밀양), 봉준호(살인의 추억.괴물), 박찬욱(공동경비구역 JSA.박쥐), 김지운(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등 이름값있는 감독들의 영화에 출연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감독하고의 작업만 고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물론 그 감독분들과 굉장히 친해요. 의형제 같죠.(웃음) 하지만 그분들하고만 작품을 하는 건 아니죠.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합니다. 더 중요한 건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죠.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그 감독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를 파악하고 나서 출연 여부를 결정합니다."

영화란 감독의 예술인데 감독을 하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능력도 없고, 생각도 없다"고 일축했다. 연기란 하면 할수록 어려워서 배우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30대 때는 힘으로 밀어붙였어요. 나이를 먹으니까 관록이 붙으면서 지혜가 생기는 것 같아서 좋기는 한데,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죠. 정말 할수록 어려운 게 연기입니다."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가 뭐냐고 물었다.

"제 대사는 아닌데요, '박쥐'에서 '죽으면 끝'이라는 대사가 있어요. 김옥빈의 대사죠. 좌우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사예요. '인생사 허무'라는 결론은 전혀 아니고요, 열심히 배우로서 살되 죽으면 끝이다. 후회 없이 살자는 말이죠. 많은 의미를 담은 말인 것 같아요."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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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