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2인조 밴드 페퍼톤스(신재평, 이장원. 이상 28)의 3집 '사운스 굿(Sounds Good)'을 듣다가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댓글을 발견했다. '차 타고 여행가면서, 따스한 오후 벤치에 앉아서, 밀린 방청소를 하면서 듣기 좋은 음악'.
일상 속 배경음악으로 어느 때나 손색없는 음악이라는 뜻일 것이다.
이런 반응은 창작자인 페퍼톤스의 의도와 맞아떨어지는 듯 보였다. 23일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재평은 자신들의 음악은 "우울한 사람을 달래주기보다, 기분 좋은 마음을 북돋워주는 양념 혹은 배경음악"이라고 맞장구쳤다.
공연 연습으로 30분 가량 늦게 도착한 이장원은 "고대가요 '구지가(龜旨歌)'가 왕을 내려달라는 주술이듯이, 즐거움을 찾고자 원하는 걸 부르는 음악"이라는 4차원적인 해석으로 '지각'의 미안함을 대신했다.
사실 3집을 들으며 든 생각은, "페퍼톤스 두 멤버는 IQ(지능지수)와 EQ(감성지수) 중 어느 쪽이 높을까"였다. IQ가 높을 것 같은 과학고ㆍ카이스트 전산과 출신이지만 EQ가 앞서는 음악을 하고있고, 이들의 출신성분이 전자 사운드에 아날로그 정서를 녹인 음악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졸업 후 어려운 공학 문제를 풀 일이 없고 음악에 매진하니 변하는 것 같아요. 점점 EQ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신재평, 이하 신)
"저는 IQ가 더 발달한 것 같아요. 퍼즐 오락을 잘하거든요. 재평이는 대학 때 EQ가 높았고 오히려 지금 IQ가 더 높은 것 같아요. 하하."(이장원, 이하 이)
대학 학점을 묻자 순진하게 털어놓은 두 멤버는 딱 10년 지기 친구다. "전자오락을 좋아해서 죽이 맞았다"고 웃는다. 99학번 같은 과 친구로 대학에서 신재평은 록 동아리, 이장원은 포크 동아리였다. 2003년 의기투합해 밴드를 결성했고, 인디레이블 캬바레사운드와 연이 닿아 2004년 데뷔 음반을 내며 인디 음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페퍼톤스의 음악은 3집 첫머리에 있는 '싱(Sing)!', '빅토리(Victory)'에서도 느껴지듯이 상큼함, 밝음으로 대중과 평단의 의견이 모아진다. 장르 구분은 여의치 않다. 때로는 포크, 때로는 모던 록, 때로는 일본 시부야 계열 음악 같다. 노래 가사도 사랑과 이별을 운운하기보다, 자신들의 레이다망에 걸린 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담아낸다.
"처음 밴드를 만들 때는 말초적이고 감각적인 사운드를 만드는게 핵심 과제였어요. 처음에 '우울증을 위한 뉴 테라피'라고 홈페이지에 적었더니 음악 치료냐고 묻더군요. 그런 건 아니고, 여러장의 음반을 내며 우리가 음악을 통해 하는 얘기의 가치를 깨닫기 시작했어요. 낮에 햇빛이 쨍할 때의 기분 같은 놓치고 있던 소소한 것들을 통해 즐겁게 살자는 주의죠."(신, 이)
그렇다고 이들이 낙천주의자는 아니다. 신재평은 "부정적이지도 않지만, 우리의 음악만큼 낙천주의자는 아니다"며 "미래에 대한 고민도 많다. 낙천적이고 싶어 그런 음악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만든 음악은 뎁, 김현민, 연희 등 청아한 음색의 여성 객원 보컬 5명이 불렀다. 10트랙 중 끝머리 트랙인 '작별을 고하며'는 신재평, '노크(Knock)'는 이장원이 불렀고, 타이틀곡 '겨울의 사업가'는 두 사람이 목소리를 모았다. 객원 보컬을 기용한 건 자신들 음악의 상쾌한 기분을 전달하기에 목소리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둘 중 누가 노래를 더 잘하느냐고 묻자 "우리는 가창력 갖고 싸움이 많이 일어난다"고 웃는다.
페퍼톤스는 최근 이장원이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미래에셋에 입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회계학과 기업재무를 전공하고 다음달 첫 출근을 앞둔 이장원은 '투 잡'을 선택한데 대해 "젊기에 나는 가능성이 많다"며 "놓치고 싶지 않은 것 투성이다. 내 체력과 열정이 허락하는 한 모두 붙잡고 싶다. 늘 시간이 부족하고 바쁘고 싶다. 욕심쟁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음악으로 진로를 선택한 신재평은 외동아들이지만 아들에 대한 부모님의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길이라고 했다.
외길을 선택했기에 신재평은 음악으로 유명해지고 싶다고 했다.
"인디와 메이저의 음악은 대중이 판단할 뿐이죠. 단지 우리의 음악이 가치있다고 믿기에, 긍정의 힘을 믿기에, 음악을 오래 하고 싶기에 대중적인 성과가 필요하죠."(신)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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