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확실히 스트레스가 컸던 모양이다.
드라마가 끝난 지 3주가 흘렀는데 갑자기 눈앞이 번쩍번쩍하더니 글을 읽을 수 없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한밤중에 의사 처방을 받아 약을 먹었다.
"자고 나니 괜찮아졌다"지만 얼굴이 상기된 것이, 몸과 마음이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그는 '친절한 지아씨'답게 있는 힘을 다해 사진을 찍고 성심껏 인터뷰를 했다.
"약속된 인터뷰를 어떻게 취소하느냐"며 나온 그가 무척 고마우면서도 다소 미련해보였다. 낯을 잘 가리는 A형에, 자기를 혹사하는 이 완벽주의자는 힘들 텐데도 "뭐든 물어보세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데뷔작부터 대대적인 주목을 받더니 내리 세 작품 연속 흥행에 성공한 '행운아' 이지아(28)가 세 번째 작품을 끝내고 톡톡히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난달 막을 내린 SBS TV '스타일' 촬영 후반 왼쪽 다리에 마비 증상이 생긴 그는 여전히 완쾌되지 않아 이날도 다리를 좀 절었다.
"눈치 못 채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후반부에는 제가 거의 앉거나 잠시 서 있는 상태에서만 연기했어요. 움직이는 신이 없었죠. 그냥 어느 날 그런 증상이 왔어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는데 처음에는 발목이 잘 안 들릴 정도였어요."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다"고 한다. 드라마 끝나고 내리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는데, 촬영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지아는 2007년 생짜 신인임에도 MBC TV 대작 '태왕사신기'의 여주인공 수지니 역으로 전격 발탁돼 톱스타 배용준과 호흡을 맞췄고, 이후 MBC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두루미 역을 맡아 '강마에(김명민 분) 신드롬'과 함께 인기를 모았다.
'스타일'도 평균 17~18%의 시청률로 성적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드라마가 애초 기획 방향을 살리지 못하면서 그가 맡은 서정이라는 인물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 논란이 됐다. 또 그보다는 박기자 역의 김혜수에게 포커스가 맞춰졌다.
"포커스가 누구에게 맞춰졌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서정이라는 인물이 제대로만 그려졌다면, 그가 멋진 여자로 거듭나는 과정이 잘 그려지기만 했다면 아무 문제 없었을 거예요. 그런 점은 김혜수 선배님이나, 류시원 선배님 모두 아쉬워하세요. 앞선 두 작품에 비해 더 욕심을 냈고, 가장 많이 고민을 한 작품이긴 하지만 배운 것도 많아요."
아마도 이 연예계 행운아가 겪은 첫 번째 시련이었을 듯. 사실 그의 행운은 인터뷰 날에도 효과를 발휘했다. 야외에서 사진을 찍고 철수하자마자 억수 같은 비가 쏟아졌다.
말 그대로 3년 전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배우가 꿈도 아니었고, 엄두도 못내던 분야였는데 지금은 좀 더 일찍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싶고, 뭔가를 이제야 만난 느낌이다. '어디 있다 이제 나타났니?'라고 묻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세 작품 모두 많은 분이 봐주셨다는 점이 감사할 따름이죠. 다만 모두가 날 지켜보고 있다는 게 부담스럽기는 해요. 제가 원래 행사장에 가면 포토월에도 잘 못 설 정도로 남들의 시선을 받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해요. 사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친구들과 함께 내려갔는데, 모자 쓰고 조용히 다니니까 알아보시는 분이 별로 없어서 좋았어요.(웃음)"
'스타일'에서 마음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이지아는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제작진을 감탄시켰다. '오버연기' 논란도 일었지만, 그가 여배우로서 외모나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고 몸을 던져 연기한 것은 높이 살 만하다. 한마디로 그는 성실했다.
"어차피 초반에는 다소 만화 같은 설정이 있었기 때문에 오버스럽게 했어요. 또 촬영장에서 다들 재미있게 봐주셔서 더 용기를 얻어서 망가졌죠.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어요. 일단 연기를 시작하면 다른 생각은 전혀 안 들거든요. 내달 선보이는 텔레시네마 '내 눈의 콩깍지'에서는 아예 뻐드렁니로 나오는 등 훨씬 더 망가져요.(웃음)"
'행운아'라 불리는 것에 대해 그는 "지금껏 순탄하게 온 것에 너무 감사드린다"면서도 "그래도 나 역시 매 작품 할 때마다 말 못할 고민과 아픔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내가 얼마나 부족한가를 알게 됩니다. 늘 하나라도 더 배워 흡수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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