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탤런트 성유리가 영화배우로 신고했다. 주지홍 감독의 국내 데뷔작 '토끼와 리저드'에서다.
'태양을 삼켜라', '쾌도 홍길동' 등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도맡았던 그가 독립영화 색채가 진한 이 영화를 데뷔작으로 선택한 건 뜻밖이다.
성유리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캐릭터가 매우 좋아서 이 영화를 데뷔작으로 선택했다"고 했다.
성유리는 '토끼와 리저드'에서 어릴 적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23년 만에 고국을 방문해 친부모를 찾아나서는 메이 역을 맡았다.
"주류, 비주류를 떠나 이야기의 흐름이나 이국적인 느낌 등이 너무 좋았어요. 대작이 아니라 흥행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았고요."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는 늘 부담이었다. 툭 하면 터져 나오는 연기력 논란은 한때 그를 우울하게 했다.
"자존심이 세지만 겉으로 표현을 안한다"는 그는 이를 악물고 연기에 열중했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망도, 자존심도 접었다.
"오른쪽 눈 밑에 눈물점도 그렸어요. 예뻐 보이려는 욕망은 없었어요. 어차피 광고나 화보를 통해서 그런 부분은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첫 스크린 도전이라 연기 부분에서는 부담이 컸죠. 감독님을 신뢰했기 때문에 지시에 따라 열심히 했습니다."
입양아 문제에 낯설었던 그는 입양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열심히 공부했다. 메이만을 생각하고, 메이가 느끼는 감정에 집중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생각지 못한 어려움에 봉착했다. 감정의 절제다.
"감정을 절제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메이는 강한 성격인데 저는 자꾸만 메이의 상황에 빠져 눈물이 날 것 같은 거예요. 제가 감정조절이 안 되는 순간이 많거든요.(웃음) 그래서 수위 조절을 못하는 게 아닌가 불안했죠."
우려와는 달리 성유리는 적당한 울림을 전달하는 잔잔한 연기를 비교적 능숙하게 했다. 성공적인 변신이라 평할 만하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명랑한 캐릭터보다는 은밀한 상처를 지닌 캐릭터가 그와 더 잘 맞는 듯하다.
"20대 초반에는 우울함을 즐겼던 것 같아요. 영화도 음악도 책도 슬픈 내용을 좋아했죠.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가 조금 들다보니 우울함을 즐기는 게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요즘은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합니다."
부족한 점에 대해 얘기해 달라니 거침없는 자아비판이 이어졌다.
"다양하게 캐릭터를 묘사하는 기술을 키워야 할 것 같아요. 영화에서는 현실감 있는 연기가 중요한데, 전 아직 부족해요. 처음에는 발음과 발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무엇보다 감정을 표현해내는 기술이 부족한 것 같아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었다. "우상은 비비언 리"라고 하면서 "대중영화에도, 독립영화에도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 두 영역에서 균형 있게 줄타기를 하겠다는 성유리는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 열심히 연기 연습을 해서 더 좋은 배우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연기자로 점점 성숙해 가는 성유리. 답변을 할 때 조근조근 한 말투로 신중하게 대답하던 그였지만, 마지막 답변에서는 힘차게 이야기한다.
"지금은 제 나이 또래가 겪는 소소한 고민거리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이를테면, 브리짓 존슨 같은 캐릭터말이죠."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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