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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신화, 지켜낼 방법 고민하라
정리 강병진 2009-10-13

정치 영화의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가 말하는 영화와 삶

코스타 가브라스의 마스터클래스가 지난 10일 오후 1시, 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김동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소개로 시작된 강연에서 코스타 가브라스는 영화의 초기 역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힘과 신비감, 그리고 경외심에 대한 강조였다. 코스타 가브라스의 이야기를 전한다.

나는 그리스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에서 활동했다. 프랑스는 영화를 예술로 인정한 시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빨랐던 곳이다. 신기한 트릭을 사용한 멜리에스의 영화도 있었지만, 영화를 통해 진지한 주제를 이야기해야한다는 의식이 공존했던 때였다. 또한 영화의 기술적인 발전을 미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나라다. 영화의 시대가 무성에서 유성으로 넘어갈 때나, 핸드헬드가 가능해질 만큼 카메라가 작아졌을 때나, 2차 세계대전 이후 아트릭스 필름(광량이 부족해도 찍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이 발명됐을 때도 그랬다. 그런 혁신은 프랑스의 누벨바그의 탄생배경이기도 하다. 물론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이나 브라질의 시네마누보, 미국의 뉴 아메리칸 시네마 같은 사조도 같은 배경을 갖고 있다.

지금 영화의 기술적인 혁신은 디지털의 도입이다. 디지털로 인해 새로운 개념과 미학이 탄생하고 있다. 누구나 영화를 원하는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그 결과 영화는 탈신비화 하는 중이다. 영화라는 전설이 사라지는 중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에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디지털로 어떻게 영화의 신비성을 지켜갈 수 있을까. 그건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여러분의 몫이다. 신비성을 신화라는 말로 고쳐도 좋을 것 같다. 그리스나 이집트가 가진 신회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때도 유용하다. 발전과 진보에도 도움을 준다. 과거 축제로 여겨졌던 영화는 그런 신화를 갖고 있었다. 여러분들은 디지털 덕분에 영화를 배우는 과정이 손쉬운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니 분명 새로운 미학과 영화개념을 통해 영화의 신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신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스타일이다. 자크 프레베르의 시 중에 이런 게 있다. “나는 잘생기고 싶지 않다, 강해지고 싶지도, 부자가 되고 싶지도 않다. 위대해지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 나 역시 항상 비슷한 생각을 했다. 물론 위대한 시네아스트의 영향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본인의 감수성과 한계를 알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영화로 세상에 대해 발언하는 것에도 각자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세상은 너무나 넓지만 영화는 개개인에 관한 것이다. 세상 전체를 이야기하려 할 필요는 없다. 한 명, 혹은 두 명 정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오히려 모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보다 더 풍부할 수 있다. 당신이 어느 나라의 사람이든 간에, 당신의 나라에 살고 있는 한두 명을 그려보라. 무엇보다 영화가 가진 한계를 잊으면 안 된다. 영화는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을 갖고 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이 당신의 의도를 따라오고 이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약 대 여섯 명의 사람들이 당신의 영화를 완벽에 가깝게 받아들일 것이다.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열정이다. 내가 <Z>를 만들었을 때가 그랬다. 당시 그리스는 군부탄압이 심할 때였고, 나는 영화를 통해 항의하고 싶었다. 그리고 함께 할 수 있는 배우들을 만났다. 그들의 열정이 없었다면 못 만들었을 것이다. 지금 전 세계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하고픈 이야기에 열정을 싣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시나리오를 쓸 수 있고 영화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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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도규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