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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허우샤오시엔을 발굴한다

5돌 맞은 아시안필름아카데미(AFA) 5.5대1의 경쟁률 속 뜨거운 관심

영화제는 더이상 발견의 역할에 만족하지 않는다. 발견뿐만 아니라 육성 또한 국제영화제의 세계적 흐름이다. 로테르담영화제는 프로듀서 대상의 워크샵인 로테르담 랩(Rotterdam Lab)을, 선댄스영화제는 프로듀서 랩과 시나리오작가 랩을 영화제 기간 동안 연다. 베를린국제영화제가 마련한 분야는 더 다양하다. 베를린 탤런트 캠퍼스(BERLINALE TALENT CAMPUS)를 통해 감독은 물론이고 시나리오 작가, 프로듀서, 촬영감독, 편집자, 사운드 디자이너, 음악감독, 프로덕션 디자이너, 배우, 비주얼 아티스트, 비평가를 키워낸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동안 열리는 AFA(아시안필름아카데미)또한 이러한 흐름을 가속시키는 프로그램이다. AFA는 지난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와 동서대학교,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아시아지역의 잠재적인 영화작가를 발굴한다는 취지로 마련했다. 올해로 벌써 다섯 번째다.

그동안 AFA는 아시아 거장감독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운다는 장점 덕분에 아시아 영화학도들의 큰 호응을 받아왔다. 허우샤오시엔, 모흐센 마흐말마프, 임권택등이 그동안 AFA의 교장을 맡았던 감독들이다. 또한 논지 니미부트르, 펜엑 라타나루앙, 황악태, 유릭와이 등이 연출과 촬영을 지도해왔다. AFA의 진행을 맡은 조영정 프로그래머는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감독들이 지금 자신이 겪은 경험들을 전수해준다는 컨셉으로 교수진들을 짜왔다”고 말한다. 다양한 나라의 감독들이 더 다양한 나라의 학생들과 만나는 시간인 AFA에서는 교수들의 국적도 중요한 고려대상이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교장을 맡고, 말레이시아의 호유항 감독과 이란의 마하무드 칼라리 감독이 각각 연출교수와 촬영교수에 선임된 다섯 번째 AFA에는 23개국 133명이 지원해 5.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역대최초로 캄보디아와 파키스탄의 영화학도들이 지원했고 인도의 유명 영화학교인 사티야지트 레이 영화학교와 중국의 북경전영학원에서도 다수 지원했다.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아시아 밖 영화학도들에게도 AFA는 관심의 대상이다. 영화제 측은 “터키, 아제르바이잔, 이스라엘,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지원자가 있었으나 UN이 지정한 아시아 국가가 아니고 영화교육 상황이 열악한 아시아 영화인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AFA 본래 취지와 어긋나 아쉽게 탈락시켰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17일간 수업을 받는다. 지도교수들이 멘토가 되어 두 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AFA 단편영화 제작 프로그램이 대표적 수업이다. 이 밖에도 교장의 마스터 클래스, 지도교수들이 참가자들과 함께 아이디어와 영감을 나누는 연출·촬영 워크숍, HD 카메라의 전반적인 특성을 배우는 기자재 워크숍과 촬영·사운드·편집·프로덕션 디자인 등 전공별로 심도 있는 교육을 진행하는 전공 워크숍, 그리고 참가자들과 지도교수가 1:1 개인 지도와 면담을 하는 시간도 있다. 단편제작프로그램은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의 시스템을 안착시켰다. 1회의 경우, 교수로 참여한 감독들이 연출을 맡고 참가자들은 스텝역할을 하는 데 그쳤지만, 2회부터는 참가자들이 주축이 되고 지도교수는 가이드의 역할을 맡고 있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10년의 성공 심벌이 PPP프로젝트(부산 프로모션 플랜)였다면 AFA는 향후 10년의 성공 심벌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기획단계의 작품을 통해 아시아의 영화들을 발굴한 PPP처럼 인재를 육성하는 AFA의 궁극적인 목적 또한 세계 영화계에 공헌할 인재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AFA의 가장 뿌듯한 순간은 졸업생들이 이후 자신들의 다른 작품으로 다시 부산을 찾을 때다. 2005년도 참가자인 인도네시아의 에드윈 감독은 <날고 싶은 눈먼 돼지>로 지난해 부산영화제 뉴커런츠에 초청됐으며 이후 2009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출품됐다. 같은 해 참가자인 싱가포르의 부준평 감독의 <모래성>은 지난해 부산영화제 PPP 작품으로 선정됐다. 또한 2006년도 참가자인 말레이시아의 크리스 총 찬 푸이 감독은 신작 <가라오케>로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된 후, 이번 부산영화제에 금의환향할 예정이다.

5주년을 맞은 AFA는 이제 앞으로의 5년을 준비한다.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다. 현재는 포트폴리오를 통해 영화적 경험이 있는 참가자를 선발하지만,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위해 경험은 없어도 열정만 가득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여는 것도 AFA의 발전방향에 포함된다. 조영정 프로그래머는 “영상센터가 건립되면 AFA의 상설화를 계획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매해 어려움을 겪는 기자재수급 문제의 원만한 해결 또한 풀어야 할 숙제다. AFA 초대 교장직을 맡은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AFA가 앞으로 아시아 영화인들의 새로운 역량을 교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많지만 초대교장의 기대는 조금씩 현실화되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