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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나답게 하는게 관객과 소통방법"
2009-09-24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달리는 말 위에서 긴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총을 쏘던 배우 정우성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허진호 감독의 다섯 번째 멜로 영화 '호우시절'에서 그가 연기한 박동하는 평범한 양복을 입은 회사원이다.

시인을 꿈꿨고 유학 시절 애틋한 마음을 가졌던 여자가 있지만, 회사에 취직해 월급을 받으며 살다 보니 시인의 꿈도 잊고 애틋했던 여자 대신 다른 여자를 만나기도 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이다.

그가 해왔던 적지 않은 멜로 영화들이 극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상황에서의 사랑 이야기였으니, 이런 일상적인 사랑은 사실 처음이다.

잔잔한 감정을 전할 자신이 없어 그동안 허 감독의 영화를 거절해 왔다던 그는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일상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했다.

최근 첫 시사회를 마친 그를 경복궁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이 영화를 내놓은 소감을 '기특하다'고 표현했다.

"저에게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잖아요. 영어로 연기해야 하고 상대는 중국 여배우고, 그걸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중국에서 촬영했고. 우려되는 요소들이 많았어요. 결과물이 그런 우려를 덮어줘서 기특해요."

해외에서 영화를 찍으면서 고생했던 이야기를 하면 보통 열악한 환경을 꼽는 경우가 많다.

허 감독은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로 중국 촬영의 고충을 토로했지만, 정우성에게 중국은 새로울 것이 없이 익숙해 지루할 정도였다고 한다. 대신 그는 "허진호 만나면 개고생"이라는 말로 받았다.

"허 감독의 작업 스타일을 짓궂게 표현한 거죠. 허 감독은 현장에서 사색을 해요. 전 성격이 급하지는 않지만, 결정은 빠른 편이거든요. 더구나 컷 수가 많아 빨리빨리 진행해야 하는 작업에 익숙하다 보니 그런 게 답답했던 거예요. 감독이 혼자 고민을 하고 있으면 제가 '아, 일단 찍어요'하고. 하지만, 그게 허진호의 스타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허진호식 멜로가 나오는 거죠."

그는 동하의 영어가 얼마나 유창해야 하는가를 놓고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미국 유학 시절 친구였고 중국에서 재회해 사랑을 확인하는 동하와 메이는 각자의 모국어 대신 영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감독은 성인이 되어 잠시 유학을 다녀온 것이기 때문에 다소 '못하는' 영어를 원했지만, 정우성은 '잘하는' 영어를 구사했고 "훨씬 더 유창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제가 영어를 잘 못하는 설정으로 연기했다면, 관객들은 제 연기를 보기보다는 못하는 영어에 더 신경 썼을 거예요. 영화 내내 영어 대사를 하면서 감정을 전달하는데, 영어가 이상하면 관객들의 감정이 이입되는 걸 막을 수도 있잖아요. 영화를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는 없애고 싶었고, 그래서 저에게는 정말 중요한 문제였어요."

그의 이런 생각은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문제에 가 닿았다. 그는 관객들이 배우 정우성을 평가할 때 연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외적인 것들이 먼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관객과 소통하는 데 중요한 지점이라고 했다.

"(관객들의 그런 평가에) 전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저한테 주어진 잣대이기 때문에 의식을 하지 않을 수도 없고, 무시할 수도 없어요. 그렇게 인정받고 차별화되는 배우이기도 하고요."

그는 "'똥개'에서 방바닥을 기며 망가지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재미있었지만, 관객들은 그런 정우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었던 것"이라며 "나답게 하는 것이 관객과 소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상을 인식하기 시작한 건 '똥개' 이후예요. 대중이 나를 보는 이해 포인트에 맞춰서 다가가는 게 필요한 거죠. 내가 원하는 것만 하는 건 소통이 아니잖아요. 내 얘기만 해서는 안 되는 거고 받아들이는 사람을 고려해야죠."

eoyy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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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