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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애자' 덕에 변신할 용기 생겨"
2009-09-08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영화 '애자' 속의 애자는 스물아홉 먹은 무명의 소설가다. '욱'하는 성격에 불량 여고생들을 손 봐주다 유치장 신세도 지고, 오빠의 결혼식에서 못된 장난을 쳐 엄마에게 목덜미를 잡힌 채 끌려 다니며 혼쭐도 난다.

여고생 시절의 애자는 친구들을 몰고 다니는 일명 '쌈짱'이었다. 비 오는 날이면 학교에 가지 않기 일쑤지만 공부도 잘하고 글도 잘 쓰기에 선생님들에게 인정도 받는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배우 최강희는 자신이 연기한 애자가 실제 자신과는 너무 다른 캐릭터라 겁이 났다고 한다.

"무엇보다 전 '짱' 기질이 부족해요. 애자는 싸움도 잘하는데 전 싸움도 못하고 애자는 친구가 많은데 전 친구도 없고, 애자는 선생님들이 좋아하는데 전 아니었고…. 한 가지 같은 점이라면 유별난 거네요, 그게 정반대로 유별나지만."

최강희는 지금까지 밝은 이미지나 '4차원'이라 불리는 독특한 성격의 역할을 주로 해왔다. 그런 모습은 대중들이 최강희에 대해 가진 이미지였고, 실제 최강희가 조금씩은 가진 부분들이었다.

애자처럼 완전히 다른 캐릭터는 그 스스로 거부해 왔다고 한다.

"제가 가진 이미지와 다른 역할이 많이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무엇보다 제가 용기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 입으로 '어떻게 변신을 하나,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고 했었고요. 이번에도 용기는 없었어요. 그래도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고, 지금 안 하면 다시는 이런 역할이 오지 않을 것 같단 생각에 저질러 놓고 본 거죠."

영화는 '나이 먹은 문제아' 애자가 암이 재발해 죽음을 앞둔 엄마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면서 화해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황진이' 이후 3년 만에 카메라 앞에 선 배우 김영애가 엄마 역으로 호흡을 맞춘다.

싸움인 듯 장난인 듯 했던 모녀 관계가 오랫동안 쌓여 온 감정이 폭발하고 정리되는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최강희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 퉁퉁 부은 눈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 온다. 최강희도 그 장면을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24시간 넘게 찍었는데 24시간 내내 울었어요. 쉬는 시간에도 그냥 고요한 상태로 있어도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몇 시간 쉬고 오라고 해도 잠을 자면 눈이 너무 심하게 부어 쌍꺼풀이 없어져서 잠도 못 잤고, 눈은 조리퐁처럼 돼 무겁고 너무 힘들었죠. 그러다 보면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는 눈물이 안 날 때도 있었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눈물 몇 방울보다 그때 심정이 드러나는 게 훨씬 중요하죠."

최강희는 그런 자신을 지켜보던 김영애가 "왜 이렇게 열심히 하냐,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왜 이렇게 애 낳는 것처럼 하냐"고 했다면서, 정작 스스로는 "기술 부족"이라고 표현했다.

리허설 때부터 감정을 쏟아 연기하다 보니 우는 장면이 많은 후반부에서는 연습할 때고 연기할 때고 쉴 때고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다는 것.

"리허설 땐 그냥 상황만 맞춰보고 감정은 조절해야 하는데 제가 그걸 못해요. 어떻게 그 대사를 하는데 그 감정이 안 올라와요? 그렇다고 한 번 한 것을 똑같이 다시는 못하고. 그래서 OK 컷보다 리허설 때가 더 좋은 것도 있어요."

최강희는 '애자'를 계기로 또 다른 변신을 욕심 낸다.

"'애자'가 끝나고 나면 저한테 들어오는 캐릭터의 폭이 넓어질 것 같아요. 그러면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역을 선택해 보려고요. 아, 그런데 사극은 안 되겠어요. 눈도 갈색이고 어깨가 넓어서 한복도 안 어울리고, 양반 역을 맡아도 귀티가 안 나더라고요."

eoyy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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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